262 : 글쓰기 좋은 질문 477번

by 마하쌤

* 당신의 아이에게서 배운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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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난 아이가 없지만,

조카는 있지!


그래서 우리 조카들에게 배운 게 있다면,

귀엽게 토라지는 법?



이번 크리스마스 때 조카들을 만나러 동생 집에 갔었는데,

식사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다가,

동생 부부와 둘째 조카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바람에,

조카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크게 토라지고 말았다.


옛날의 나 같았으면 무조건 방에 들어가서 문 꽝 닫고 잠궈버렸을 텐데,

둘째 조카는 신기하게도 마루에 걸려 있는 하얀 망사 커튼 사이로 들어가더니,

마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자기 몸을 빙글빙글 말고서 거기에 그대로 서 있는 거다.

자기가 화났음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참으로 신박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나처럼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리고나면,

시간이 지나서 화가 풀리고나서도, 먼저 문 열고 나가기가 굉장히 뻘쭘해진다.

문도 잠궈버렸기 때문에, 설령 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는 것도 좀 민망하다.

그래서 화가 이미 다 풀린 후에도 창피해서 나갈 수가 없어서 곤란했던 적이 많았었다.


그런데 둘째 조카처럼 하면 누군가가 다가가서 위로해주기가 훨씬 쉬웠다.

실제로 동생 부부가 번갈아 가서 보듬어 주기도 하고, 말로 다독여주기도 했고,

첫째 조카가 가서 뭐라고 귀에 속삭이고 오기도 했다.

물론 그런다고 쉽게 고치를 풀고 나오진 않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나섰다.

둘째 조카가 있는 커튼 속으로 같이 들어가서 그 애를 통째로 꼭 안고서 기다렸다.

등을 살살 쓸어주면서, 어깨를 살살 만져주면서,

나지막하게 괜찮아, 괜찮아, 말해주면서.


그랬더니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둘째 조카가 조금씩 몸을 돌리면서 커튼을 풀어내더니,

내 품속에 쏙 들어와 안겼다.

아! 그 순간, 정말이지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왔다.


순도 100%의 기쁨과 감동!

진짜 너무 좋았다.


그러더니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밖으로 나와서는,

간식 먹고 남은 저녁 내내 잘 놀았다.


나도 다음 번에 화가 나면,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둘째 조카처럼 남들이 볼 수 있는 데에 서 있을 예정이다.

그러니 와서 빨리 다독여줘!!!!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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