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 글쓰기 좋은 질문 3번

by 마하쌤

*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화초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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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축 늘어져 있어...


목 말라?

아니면 볕이 너무 세?

흙 속에 양분이 모자라?

아니면 혹시 널 괴롭히는 벌레들이 있어서 그래?


이 중에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모든 게 다 이유일 수도 있겠지. 그치?


그리고 이 중에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있고,

도와줄 수 없는 것도 있을 거야.

네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있고,

네가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을 거야, 그렇지?


알아.

산다는 건 원래 힘든 거야.

혹시 너도 가끔 그런 생각 해?

'내가 도대체 무슨 엄청난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수고하며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 말야.

나도 하거든, 꽤 종종.


근데 말야,

넌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내 꽃이 보고 싶다?

화초로 태어난 이상,

죽을 둥 살둥 가지를 뻗고, 물을 끌어올리고, 양분을 쭉쭉 들이마셔 가면서,

어떻게든 나라는 화초가 맺어올릴 수 있는 결실 하나를 내 눈으로 보고 싶어.


넌 궁금하지 않아?

난 내가 무슨 꽃일지 너무너무 궁금해.

내 꽃잎의 색깔은 어떨까?

나는 꽃잎이 여러 장일까, 아니면 딱 3장일까?

내 꽃술은 어떤 모양일까?

나한테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내가 이 모든 고생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그 결정체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어.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어.

의외로 꽃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향이 없을 수도 있지.

내가 생각도 못해본 모양일지도 몰라.

근데 그게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난 그냥 보고 싶은 거야.

내가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비록 '화무십일홍'이라고, 그 고생을 해서 이뤄낸 결과가 몇 일도 안 가서 허무하게 스러진다 하더라도,

나는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내 힘으로 가닿아보고 싶은 거야.

생각보다 큰 만족이 없어도 괜찮아.

내가 해냈다는 게 더 중요하거든.

적어도 삶이란 게 주어진 이상, 생명이라는 걸 받은 이상,

내가 화초인 걸 알게 된 이상,

나는 반드시 내 꽃을 봐야만 하겠어!


그리고 네 꽃도 봐야만 하겠어!

내 꽃이 무엇인지 궁금한 만큼, 나는 네 꽃도 너무너무 궁금하거든.

넌 내 친구잖아.

난 내 친구가 어떤 꽃인지 너무 알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

그러니 나랑 같이 조금만 더 힘을 내보지 않을래?

우리 서로의 꽃을 보자.

응?

어때?

한 번 해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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