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 글쓰기 좋은 질문 544번

by 마하쌤

* 당신이 겪었던 사건 하나를 슬로우 모션처럼 상상해보라.

이때 당신의 생각도 함께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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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작년 10월에 잊을 수 없는 슬로우 모션이 있었지!


그날 오후 4시 무렵,

나는 버스 정류장에 있었다.

근처 중학교 학생들 하교 시간과 겹쳐서 버스 정류장은 몹시 붐비는 상태였다.

나는 버스에서 앉아서 가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 끝에서 들어오고 있는 버스에 학생들보다 먼저 탈 생각에,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닥의 뭔가에 신발이 걸리면서,

안 그래도 살짝 컸던 운동화가 휙 하고 벗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공중으로 붕 떠버렸다.


바로 여기서부터 슬로우 모션이 시작됐다.

나는 내 몸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팔과 다리를 버둥거려야 할 것 같긴 했지만,

빠른 속도로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바닥을 보면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는 걸 뻔히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보도블럭의 격자 무늬가 매순간 더 눈 앞으로 가까이 오는데도 말이다!


쿵!

제일 먼저 느껴진 충격은 의외로 뒷머리 부분이었다.

머리에 닿은 큰 충격은 바로 내 백팩의 무게였다.

하필 그날 꽤 무거운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내가 공중에 떴을 때, 백팩도 같이 붕 떴다가,

내 머리 위로 쿵 하고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챙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바닥에 갈리진 않았지만,

챙 때문에 목이 살짝 꺾이긴 했다.

처음엔 아무런 통증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이게 뭔가 싶고,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다.

왜냐하면 내 주위로 사람들이 '괜찮으시냐'며 엄청 몰려들었고,

이 모습을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도 다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 몸이 어떤 자세로 뻗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중요한 건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는 거다.

그냥 누군가에 의해 땅바닥에 메다꽂힌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내가 신음 소리만 낼 뿐, 몸을 뒤집지 못하자,

주변 사람들도 차마 내 몸에 손을 못 대고 "괜찮으세요?"만 연발할 뿐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땅바닥의 차가움과 거친 느낌이 감지되며,

이대로 계속 있을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좀 일으켜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학생들과 아주머니분들 서너 사람이 나를 붙잡아 일으켜, 옆에 있던 벤치에 앉혀 주었다.

그 중에 누군가가 멀리 떨어져있던 내 신발을 주워와 신겨줬던 것도 희미하게 기억난다.


나는 감사하다 말하며 최대한 빨리 사람들을 보내려고 애썼다.

내가 괜찮은지는 그당시엔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기에,

일단 혼자 있고 싶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버스를 타고 다 사라진 후,

나는 조심스럽게 목을 돌려보고, 팔을 돌려보고, 무릎을 돌려보고, 허리를 돌려봤다.

다 엄청난 통증은 있었지만,

일단 돌아가지 않거나 기능상의 문제를 보이는 곳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피가 나거나 찢어진 곳은 무릎이랑 손바닥 정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천천히 걸어서 다음에 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리고 무려 두 달 동안,

이 사건으로 인한 전신 타박상 치료를 받아야했다. ㅠ.ㅠ


그 날 집에 가면서 '내가 남은 생애 동안 또 다시 뛰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라고 다짐했었더랬지.

정말이지...

허공에 뜬 채로 눈 앞으로 다가오는 바닥을 보던 그 슬로우 모션의 순간은 절대로 못 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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