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MP3등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사회적인 행동과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 전자제품들은 길거리의 일상적인 풍경과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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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운운하는 걸 보니, 확실히 옛날에 만든 책(2022년)에 나온 질문인 건 맞지만,
저 질문에 답해보는 건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생긴 이후로,
우리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라면... 서로 눈 마주칠 일이 전혀 없게 되었다는 것?
지하철 안을 떠올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일시적이고 우연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하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 다른 곳에 있게 되었다.
우리는 실상 각자가 들여다보고 있는 핸드폰 속 세상에 있을 뿐,
한 공간에 있는 건 그저 우리의 몸뚱아리일 뿐이다.
누군가는 친구와의 카톡에 정신이 팔려 있고,
누군가는 게임 세상에 빠져 있고,
누군가는 옷 쇼핑이 한창이며,
누군가는 이메일을 쓰며 일하는 중인 것이다.
내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내 앞에 누가 서 있는지,
나와 같은 칸에 어떤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우리는 전혀 관심이 없어졌다.
아예 쳐다볼 일이 없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다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
이웃끼리 서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낯선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경우도 줄었다.
누군가 아는 척을 하거나 말을 걸면 극도로 경계하고,
신분이나 정체를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하지 않는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아빠는 서재에서 자신의 관심사랑 맞는 유튜브를 보느라 바쁘고,
엄마는 부엌 식탁에 앉아서 요리하는 숏츠를 보거나, 온라인으로 식료품 주문을 하고,
딸은 자기 방에서 OTT로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있고,
아들은 침대에 엎드려 게임 삼매경이다.
몸은 비록 한 집에 있지만, 그들은 모두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고 있다.
모두가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에 잠겨 있다.
물론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있기 전에도,
이런 현상들은 존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낯선 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말을 거는 등,
한때는 그저 자연스러웠던 모든 행동들이 다 이상해 보일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변해버린 것만 같다.
온라인 상에서는 더 활발한 교류가 생겼지만,
오프라인 상에서는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치고 말을 섞는 일이 매우 매우 희귀해진 기분이다.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은 순간에도,
상대방의 시선이, 고개가,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는 걸 보면,
그저 입을 닫게 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눈을 마주칠 수만 있다면, 용기를 내서 먼저 인사해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