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 글쓰기 좋은 질문 427번

by 마하쌤

* 하버드 클럽에 머물다.

(역주 : 하버드 클럽은 하버드 대학교 출신 엘리트들이 주 멤버인 미국의 사교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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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러니까 내가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 아닌데, 저 사교 모임에 갔다는 거잖아?

오우...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워...

나라면 절대 안 갔을 것 같은데?


나는 사교 모임, 네트워킹, 이런 것에 무지 취약하다.

여기 훌륭하고 유명한 사람들 많으니, 한 번 친해져봐, 이런 거 무지하게 싫어한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숨막힌다.

서로를 탐색하면서, 어디 나한테 필요한, 나한테 도움될 만한 그런 사람 없나 하고 둘러보는 거,

너무 싫다.



하지만 길에서 우연히 어떤 계기로 말을 섞게 된 사람이랑은 이야기 잘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랑, 공통 화제로 얘기가 시작되더라도 술술 말 잘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 같은 곳에 갔다가 줄 서 있는 동안 앞뒤에 서 있던 모르는 사람들이랑도 대화를 잘 튼다. 그러다가 친해지면 곧바로 10년 지기 바이브를 낼 수 있는 게 나다.


확실히 나는 요새 사람들이 '자만추'라고 줄여 말하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타입인 것 같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길거리에서 핸드폰 보고 가다가 부딪힌 남자랑 엮이는 걸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

소개팅, 미팅, 맞선, 이런 데서 서로 알 거 다 알고 만나는 그런 만남, 재미없다.


누군가가 억지로 매칭시켜준 만남의 자리에 나가서 앉느니,

그냥 혼자 살련다.

우연히라도 내 인연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인위적인 연분 맺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런 만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이 가능하고,

혐관 관계로 시작했다가, 그들만의 사랑을 시작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우연히 만나고 싶다.



하버드 클럽 얘기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나라면 나와 관계가 없는 자리엔 굳이 어떤 이유로든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눈치 보는 거 딱 질색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중 하나가 그거다.

시얼사 로넌과 티모시 살라메와 주연한 영화 '작은 아씨들'(2019)에서,

화려한 무도회에 갔지만 끝내 적응을 못한 조와 로리가 따로 밖에서 둘만의 춤을 췄던 그 장면 말이다.


아... 그냥 나는 타고난 아웃사이더인 것 같다.

주류는 그냥 포기하고, 주변에 머물자.

자유롭게, 밖을 떠돌자.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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