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장난감
---------------------------------------------------------------------------------------------------------------------------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장난감은 종이 인형이었다.
커다란 네모난 철제 쿠키 상자에다가 내가 오린 종이 인형과 옷들을 다 넣어서 보관했었는데,
그게 내 보물 상자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위질을 진짜 정교하게 잘해서,
종이 인형 목을 실수로 자르거나 곱슬 머리를 한 쪽이라도 잘라버리거나,
종이 인형의 작디 작은 손가락 하나도 잘라먹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설령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길 경우엔,
가위질보다 더 정교한 테이프질(?)로 깜쪽 같이 붙여버리곤 했었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내가 외할머니의 바느질 상자에 들어 있었던 일제 가위를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그 일본제 가위는 일반 문방구에서 살 수 있었던, 손잡이에 빨간 플라스틱이 달린 가위들과는 달리,
날이 엄청나게 예리하면서도 무빙이 부드러워서,
다른 친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가위질을 가능하게 한 물건이었다.
나는 손가락에 가위질로 인해 움푹 패인 자국이 늘 생겨있을 정도로 종이 인형 오리기에 진심이었다.
한 번 집중하면 진짜 몇 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열중해서 오렸다.
어쩌면 내가 집중할 때 가끔 숨쉬는 것조차 잊는 것이 다 그때부터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조카들이 어렸을 때는 이걸 사서, 같이 오리기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워낙에 화려하고 말끔한 비주얼의 인형 이미지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이런 촌티 나는 옛날 그림들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요즘은 손이 옛날만큼 정교하지 않고, 노안도 와서
한동안 재밌게 오리다가 손이 아파서 그만두었다.
친구들이 마론인형으로 다 갈아탈 때도,
나는 끝까지 종이 인형을 고수했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늦게, 6학년 때 첫 마론인형 '보석 공주'를 갖게 되었었지.)
물론 종이 인형의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어깨 끈을 접어서 걸쳐야 하는 것도 다 번거롭고,
잘 찢어지고, 구겨지고, 물에 젖으면 큰일나고... 이래저래 불편한 건 많았지만,
그래도 양손으로 종이 인형을 들고 총총 옮겨다니며,
친구들과 종알종알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추억이 참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