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 글쓰기 좋은 질문 236번

by 마하쌤

*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끝까지 배에 남아 연주했던 오케스트라의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무도회장에서 연주하는 그 오케스트라 멤버의 관점에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묘사해보라. 멤버들 간의 관계에서부터 배가 가라앉을 때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 들리는 소리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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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오케스트라의 멤버였다면,

아마 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계산이 모두 끝난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이 재난 상황이 내가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까지 인정하고 나면,

남은 것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다 죽는 것, 그것 뿐이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멤버 중에서 끝까지 살고자 했던 사람들은 악기를 버리고 구명정을 향해 이미 떠났을 것이고,

남아있는 멤버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겠지.

그럼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남아있는 악기가 무엇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여전히 낼 수 있는 소리들을 가늠해볼 것이다.


바닥은 점점 기울어가고,

발 밑으로는 물이 차오른다.

첼로 연주자의 의자가 제일 먼저 미끄러지면서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내 곁의 소리가 하나하나씩 사라져간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다들 눈을 감고 연주하고 있다.

다음에 사라지는 소리가 나일지도 모르기에,

차마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바닥에 내려놓고 연주해야 하는 악기가 아니라,

손으로 들고 연주해야 하는 악기를 선택하길 잘 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연주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들의 비명 소리만을 들으며 이 마지막 순간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말이다.

다행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좋아하는, 내가 잘하는, 그런 일을 하며 죽을 수 있어서.

이 차가운 바다에 한줄기 음악을 흘려보낼 수 있어서.


이제 곧 저 물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되면,

내 악기를 꼭 껴안아야지.

가족들에게 내가 죽으면 관에 내 악기를 꼭 넣어달라고 평소에도 말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함께 수장될 수 있는 것도 나름의 소원 성취라고 볼 수 있겠지.


아.

드디어 내게도 바닥이 사라졌다.

내 몸은 이미 물 속에 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내 폐가 가득찰 정도로 공기를 들이마쉰다.

나의 마지막 호흡이로구나.

나는 고집스럽게 눈을 뜨지 않는다.

이미 보는 것은 충분했다.

지금은 그저 가슴에 꼭 안고 있는 악기의 무게를 느끼며,

끝이 없는 저 밑으로 밑으로 내려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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