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색 물건을 가진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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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물건?
좀 우습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물건은,
옛날에 약수터에 가면 항상 있었던 파란색 플라스틱 자루 바가지이다.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있었던 약수터를 ‘복주물’(?)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약수로서, 복수물, 복수천이라고도 한다. 복주산(금화산) 남쪽 밑에 있는 약물인데, 피부병과 소화병에 특효가 있어서 오복의 하나인 수를 더 한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복수물, 복수천이라 하였는데, 변하여 복주물이 되었다”고 되어 있다.
당시엔 이런 걸 하나도 모른 채,
그저 주말마다 아빠랑 같이 하얀색 플라스틱 물통이랑 빈 페트병 같은 걸 들고 가서,
통을 순서대로 줄을 쫙 세워놨다가, 우리 차례가 오면 물을 받아서 낑낑거리며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욕심 많게 통을 여러 개씩 들고 와서는 약수를 다 퍼갈 기세였던 사람들 때문에
주민들끼리 싸움도 꽤 잦았던 것도 기억나고.
지금 생각하면 똑같은 바가지로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물을 마셨으니(아무리 물로 헹궈서 먹는다고 해도)
꽤 비위생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땐 그런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냥 약수물이라고 하니 더 맛있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게 산에 오른 뒤 그 파란 바가지에 떠먹는 한 모금의 물맛이 참 좋기만 했었다.
물 받고 있는 분이 중간에 바가지에 물을 떠서,
뒷 사람에게 먼저 마시라 청하는 그런 친절함도 참 따뜻했었고.
북아현동 복주물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 물을 그냥 받아서 먹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정겨웠던 그 옛날 약수터의 풍경이 떠올라,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