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 글쓰기 좋은 질문 42번

by 마하쌤

* 집이 불타고 있다. 무엇을 가지고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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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트북.

이 안에 내 수업 자료가 다 들어있다.

무조건 이것부터 건져야 한다.


핸드폰은 이미 주머니에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챙길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주민등록증 같은 거 들어있는 지갑도 당연히 챙겨야 하고,

현금이랑 인감도장 정도는 재빨리 주머니에 쑤셔 넣어야 할 듯.

다 불에 타버리면 나를 인증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이나 인감도장 같은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외에 내 방에 있는 종이로 된 모든 것들은 잃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한 모든 책들, 옛날 공연 자료들, 글 아이디어 적어놨던 메모들,

앨범 가득한 사진들, 친구들이랑 주고 받은 편지들...

불에 타긴 쉬우나 들고 나오긴 너무 무거운 모든 것들은 그냥 포기해야 한다.


어차피 추억 더미였으니,

이참에 미련 없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여태 보관한 것만으로 만족.


옷 같은 건...

솔직히 애착 옷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이참에 완전히 새 걸로 장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거 빼곤 내 방에선 생각보다 들고 나올 게 없네?


아, 아니다, 내 안경!

안경을 꼭 챙겨야 한다.

가까운 곳만 보는 용도, 멀리 보는 용도의 안경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안경이 생각보다 렌즈값, 안경테값, 이런 거 다 합치면 꽤 비싸서,

새로 만들려면 검사도 다시 해야 하고, 돈 많이 들고 번거롭다.

그러네, 안경 잊지 말아야겠네!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목숨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지.

이걸 다 챙겨 나오다가 화마에 휩쓸려 죽어버리면 다 무슨 소용이겠나.

어떻게든 목숨만 건지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차차 회복할 수 있는 것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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