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 : 글쓰기 좋은 질문 613번

by 마하쌤

* 조울증이 있는 사람이 두 번이나 서커스를 보러갔다. 첫 번째엔 미친 듯이 서커스를 즐겼고, 두 번째엔 완전히 우울 모드였다. 이 두 번의 서커스 관람 장면을 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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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이 있는 사람이,

조증 상태였을 때, 서커스를 보러 가서 미친 듯이 즐긴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우울증 상태였을 때도 또 서커스를 보러 갔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 상태에선 무기력해서 서커스를 보러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설령 예약을 미리 해두었다 하더라도, 우울증 상태에선 그냥 포기하기 십상일 테니 말이다.



이 주제를 보니까 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똑같은 것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다른 걸 느꼈던 경험 말이다.


번아웃이 오기 전까지, 나의 최애 뮤지컬은 단연코 '지킬 앤 하이드'였다.

그 중에서도 하이드를 너무 좋아해서,

하이드의 이름을 따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딱 한 번만이라도 하이드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그랬었는데...

번아웃으로 쓰러지고나서, 심리학 공부를 했고,

몸이 회복된 후에 다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러갔을 때,

나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열광하고 사랑했던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과 노래가,

다 정상이 아닌 것처럼 기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얼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러다보니 공연을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고,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마치 광기의 한마당을 보는 것 같았달까?


너무 이상했다.

옛날에는 하이드의 모든 감정이 다 내 것인양 너무 잘 이해가 됐고,

아무런 이물감 없이 하이드의 노래에 울고 웃고 했었는데 말이다.

그 사이에 내가 변해버린 것이다.

내 안의 분노와 집착이 많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경험을 통해,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지,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서,

똑같은 것을 봐도 완전히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뮤지컬 극장에 앉아,

입을 딱 벌리고 무대를 바라보며,

그때만큼 나의 변화를 강렬하게 체험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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