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여덟 살이라고 상상해보라. 자신에게 무슨 얘길 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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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이면 국민학교 1학년 때의 나네.
타고난 범생이.
항상 시간과 규칙을 잘 지키고,
하지 말라는 건 절대 안 하고,
하라는 건 반드시 하는,
선생님들이 참 바람직하게 바라보셨던 아이.
그러나 전혀 아이 답지 않았던 아이.
늘 긴장하고 있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선생님 말 절대 안 듣는 애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아이다운 놀이에는 도통 흥미를 못 느꼈던 아이.
친구들이랑 말을 섞으면 너무 유치해서 견디기 어려웠고,
어쩌다 숨바꼭질 할 때도 너무 완벽하게 숨어버려서 친구들이 찾다가 포기하는 아이.
공부는 1등인데, 체육은 꼴등인 그런 아이.
부모님이 숙제하란 소리 단 한 번도 안 해도,
알아서 예습, 복습까지 끝내놓는 아이.
취미가 조용히 책 읽는 거고,
인형 놀이도 혼자 할 때가 제일 재밌었던 아이.
선생님들은 좋아했지만,
반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했던 그런 아이.
왜 남자만 반장, 회장을 할 수 있고,
여자는 부반장, 부회장 밖에 할 수 없는 건지에 대해 화가 많이 났던 아이.
그랬던 8살짜리 나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일단은,
"그게 너야. 넌 원래 그런 사람이야. 괜찮아. 이상한 거 아니야. 그렇게 살아도 돼.
물론 쪼오끔 힘들긴 한데, 그래도 죽진 않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도 돼. 다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다음엔,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지금의 너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엄청나게 다가올 거야. 그러니까 기대해. ^^"
라고 말해주고 싶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어쩌면 100살인 내가 50살인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이것과 똑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