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 글쓰기 좋은 질문 394번

by 마하쌤

*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과 장의사가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라. 단, 장의사는 유족의 슬픔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장례식 준비와 그에 쓰이는 상품도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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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처음으로 남동생과 내가 상주가 되어 아버지 장례를 치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셔도, 외삼촌이나 이모부 같은 남자 어른들이 계셔서,

우리 자식 세대가 직접 나설 일은 없었는데,

아버지 장례 때는 마침 외삼촌도 외국에 나가 계셔서 부재하고, 이모부도 병원에 계셔서,

꼼짝 없이 우리 남매가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요양원에서 아빠 시신을 모시고 병원 빈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질문 세례에 혼이 나갈 지경이 되었다.


시신 안치소에서의 절차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병원 사무실에 불려가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았다.

우리를 담당해주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들어와서,

우리에게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의 가격을 쭉 읊어주고 그 중에서 선택을 종용했다.


빈소의 크기, 꽃 장식의 크기와 양, 배치 방식,

관의 크기, 관의 재질, 종교에 따른 관 치장 방식, 유골함의 종류,

수의의 재질, 관 속에 들어갈 꽃장식,

식사 제공시 반찬의 가짓수, 탕의 종류, 음료수와 안주 주문 수량,

안치실, 입관실 사용료, 운구비, 염습비, 장례지도사 비용...


그 모든 것에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고,

당연히 클수록, 많을수록, 고급일수록 비쌌다.

아빠를 잃은 슬픔을 느끼기보다,

이미 돌아가신 아빠를 위해 우리가 어디까지 돈을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싼 것을 선택하자니 괜히 아버지한테 죄송스럽고, 비싼 것을 선택하자니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이 되고,

적게 하자니 남들 눈치가 보이고, 많이 하자니 감당이 되지 않았다.

마우스에 손을 댄 채로, '어느 가격에 체크할까요?' 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직원 앞에서,

정말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죽음은 추상적인 것이었지만,

장례는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것이구나!


빠르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엔 대부분 '중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하나하나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장례를 치르지?

반찬 한 가지, 꽃 한 송이까지, 모든 것이 다 돈인데 말이다.


선택하고 클릭 한 번 할 때마다 모니터 맨 밑의 합계 금액이 척척 늘어나는데,

진짜 아찔하더라.

만약 옆에 남동생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멘붕이 와서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날엔 적당한 빈소가 없어서,

하나 남은 제일 작은 빈소에 있었는데,

조문객들이 올 때마다 앉을 데가 없어서,

이미 와 계신 분들이 눈치 보고 서둘러 나가시는데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그리고 계산을 한 번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빈소에 있는 내내,

반찬이 떨어져간다, 과일이 떨어져간다, 국이 떨어져간다, 하면서

계속 해서 추가 결제 사인을 요구하는 영수증이 몰려오는데, 그것도 진짜 무서웠다.


어휴...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큰일을 어떻게 다 치뤄냈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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