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과 식사 중 겪은 최악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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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0년 7월.
우리 가족은 밴쿠버로 여행을 떠났다.
원래는 그 해에 나 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준비를 해왔었는데,
2009년 말에 아빠가 파킨슨병 판정을 받게 되면서,
지금이 아빠가 제일 건강하실 때이니, 혼자 순례길 가지 말고, 가족 다같이 해외 여행을 가자고 해서,
가게 된 여행이었다.
그 일이 일어난 건 여행 거의 끝무렵 쯤에,
빙하를 보러 올라가기 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다.
남동생이 거기서 아싸이 베리인지 뭔지 하는 것을 몇 통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엄마랑 갈등이 시작되었다.
사실 엄마는 그 전부터 홍삼에 빠져서, 다소 비이성적으로 몰두한 이력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나랑 내 동생이 엄마를 말리느라, 건강 식품 일체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이 있었다.
당연히 엄마도 그동안 우리한테 하도 잔소리를 들은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해있던 차에,
동생의 내로남불(홍삼은 안 됨, 아싸이 베리는 됨) 때문에 엄마가 발끈한 것이다.
아싸이 베리로 인해 두 사람의 오랫동안 쌓아왔던 갈등이 터져버렸고,
식사 자리는 주체할 수 없이 언성이 높아졌고,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아빠랑 나는 그 사이에서 밥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상황이 얼마나 험악했던지...
이제 우리 가족은 밴쿠버에서 박살나는구나...
비행기를 각자 따로 타고 갈지도 모르겠구나...
여행은 끝났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실제로 비행기표를 어떻게 취소하고 바꿔야 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가이드가 와서 식사 마치셨으면 다같이 빙하로 이동하자 했고,
나는 속으로 '이 사람아... 여기가 바로 빙하야... 따로 보러 갈 필요도 없어...' 했더랬지.
어쨌거나 다 뿔뿔히 흩어져서 가족 아닌 것처럼 빙하에 들어섰으나,
막상 가니까 은근히 미끄럽기도 해서 엄마가 혼자 가다가 넘어질까봐 걱정이 좀 됐다.
그때였다.
남동생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슬금슬금 엄마 곁으로 가더니 팔을 잡아드리더라.
그래서 나는 아빠랑 같이, 남동생은 엄마랑 같이 빙하 구경을 하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빙하 덕에 가족이 복구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이지, 그때 엄마와 남동생의 강렬했던 말싸움의 아찔한 기억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우리 가족은 그 날 이후로 건강식품에 대한 언급을 일체 삼가게 되었다.
누구도 먼저 건드리면 안 되는, 일종의 '역린' 같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밴쿠버 여행 추억 중에 좋은 것도 진짜 많았지만,
제일 강렬했던 것은 역시나 아싸이 베리 분란이었다. 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