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당신이 어제 경찰차 안에 있는 걸 봤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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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금까지 딱 한 번 경찰차를 타봤다.
그것도 괌에서. ㅋ
20년도 훨씬 전에 모 영화 사이트에서 괌 호텔 3박 4일 숙박권이 당첨되는 바람에,
친구랑 둘이서 괌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저녁까지 맛있게 다 먹고 느즈막히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바로 옆이 바닷가여서,
친구는 선베드에 누워서 밤 바다를 구경하겠노라 했고,
나는 그날따라 신심이 충만하여, 혼자서 바닷가에서 기도를 좀 하고 오겠노라 했다.
밤바다 앞에 꿇어 앉아 달을 보면서 감사 기도를 한참 한 다음에,
친구가 앉아있는 선베드 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랍쇼? 친구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떤 현지 남성과 같이 있었는데,
그 남자가 친구 다리를 슬슬 만지며 집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야! 너, 뭐야!"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친구 쪽으로 뛰어갔고,
그러자 그 남자는 갑자기 친구의 핸드백을 낚아채더니 바닷가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시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있었던 친구는 모래사장에서 제대로 뛰지도 못했고,
늘 그렇듯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나는 전력 질주를 해서 그 남자를 쫓아갔지만,
현지인이라 그곳 지리에 익숙했던 그 남자는 바다로 뛰어들더니,
이내 다른 쪽 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때가 새벽 1시 무렵이었다.
친구한테로 돌아갔더니,
그 핸드백 안에 여권이며 돈이며 몽땅 다 들어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하아...
(도대체 그걸 왜 바닷가에 들고 나오냐고... 그리고 왜 그 밤에 그런 놈이랑 얘길 하냐고!! @.@)
나는 호텔 측에 바로 신고를 했고,
경찰이랑 해안 경비대가 와서 차례로 상황 설명을 요청했고,
나는 못 하는 영어로 용의자의 인상착의 같은 똑같은 얘기를 수십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그 새벽에 괌 경찰차(일명 닭장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도 쓰고,
그 사이에 경찰이 바닷가에서 용의자가 입었던 주홍 반바지를 입은 남자들을 몇 명 잡아오는 바람에,
영화에서나 보던 그 유리창 (우리는 용의자가 보이고, 용의자들에겐 우리가 안 보이는) 너머로,
이 사람이 맞습니까, 아니오, 저 사람이 맞습니까, 아니오를 하고 나왔다.
결국 범인은 못 잡았다.
여권은 친구가 알아서 해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고,
문제는 친구가 돈이 한 푼도 없으니,
그 날 이후의 여행비는 전부 내가 지불했다.
놀랍게도 친구는 자신이 겪게 된 불행을,
다 내가 괌에 같이 가자고 한 탓으로 돌렸고,
나는 그게 미안해서 룸서비스도 시켜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친구가 원하는 화장품까지 내 돈으로 다 사줬건만,
그 친구는 결국 나랑 인연을 끊었다.
매번 생각할 때마다 씁쓸한 기억이다.
남 눈치 많이 보고, 자책 많이 하던 시절의 어리고 또 어리석었던 내가 겪은,
내 평생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경찰차 이야기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