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하지 않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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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제자 부부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는,
"선생님, 혹시 지금 댁에 계시냐"고 물었는데,
마침 나는 집에 없었던 때였다.
그랬더니 막무가내로 아파트 앞에 뭘 두고 간다고만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회색 롱패딩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롱패딩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터라,
옷이 얼마나 크고, 길고, 무거운지,
와... 도대체 이걸 입고 걸어다닐 수는 있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검색해보니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제자 부부에게, "니들이 돈이 어딨어서 이런 비싼 걸 샀냐"고 혼도 냈건만,
절대 도로 가져갈 기색이 아니어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입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유독 극심한 한파가 몰아닥쳤고,
처음으로 꺼내 입어본 롱패딩 속에서 나는 천국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 어떤 한파에도 끄덕없는 갑옷을 입은 것처럼 든든했고,
빙판에 넘어지는 것도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다들 이래서 롱패딩을 입는 거구나, 하고 완전히 이해가 됐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겨울 내내, 이 회색 롱패딩만 입고 다녔다.
속으로 '이거 그냥 돌려줬으면 어쩔 뻔 했어!' 하면서 말이다. ㅋㅋㅋㅋ
나 자신조차 몰랐던 롱패딩의 필요를 충족시켜준,
그 제자 부부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제자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유아 내복 같은 것이나 양말 같은 건 선물해봤어도,
어른의 옷 같은 건 선물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이 롱패딩이 '기대하지 않은 선물'로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근데 올해 겨울은 별로 춥지가 않아서,
처음으로 이 롱패딩을 한 번도 꺼내 입지 못한 채로 겨울이 끝나버렸다.
그 포근하고 든든한 감각을 올 겨울엔 못 느껴봐서 좀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