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 글쓰기 좋은 질문 111번

by 마하쌤

* 당신의 책상은 밤에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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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질문 너무 귀엽네!


일단 내 책상을 좀 소개하자면,

작년 여름에 이사올 때 새로 장만한 제일 작은 사이즈의 라이트 오크 데스커 모션 책상이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건강에 치명적으로 나쁘다길래,

또 요즘 젊은 IT 회사 같은 데서는 일어서서 쓸 수 있는 책상 같은 걸 쓴다길래,

일부러 높낮이가 조절되는 모션 데스크를 산 것이었다.

결과는?


절대 안 일어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서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앉아서 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냥 아예 책상을 올릴 생각도 안 하는 것이다.


게다가 책상 위에 이것저것 잔뜩 쌓아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설령 책상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책이니 컵이니 물건이니 이런 것들이 쓰러질까봐 아슬아슬해서 더 못 올릴 때도 많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한심하고 기가 막힌 생각이지만,

올렸다가 또 내리는 게 귀찮다. @.@a

하아...


그러니까, 내 책상은 아마도 밤마다 이런 생각을 하겠지...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나를 샀냐?! 앙?"


그리고 아마 "제발 세수 좀 시켜달라!"는 생각도 할 것 같다.

책상에서 오만가지 일을 하다 보면,

솔직히 책상에 이런저런 것들을 흘리거나 떨어뜨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약 먹다가 한두 방울이 튈 수도 있고(엄청 끈끈하다),

과자 먹으면서 중드 보다가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물이나 음료수를 흘려서 얼룩이 생길 수 있고,

택배 뜯다 생긴 부스러기들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그때그때 바로바로 닦아내는 타입은 아닌지라...

아마 내 책상은 세수 못하고 살아서 무지하게 찝찝한 그런 상태가 아닐까 싶다.

(미안해... 책상, 오늘은 꼭 물티슈로 한 번 닦아줄께!)


그리고 어쩌면...

"제발 나 좀 혼자 내버려두면 안 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지간한 모든 일을 다 책상에서 해결하니까,

나랑 늘 붙어있는 게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책상은 내가 강의 나가는 날만을 기다리면서 살지도. ㅋㅋㅋ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내 책상을 내려다보니,

얘가 정말 밤에 무슨 생각을 하든, 안 하든,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든다.


약속한 대로 빨리 세수나 한 번 거하게 시켜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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