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롭스 가족의 보물찾기 소동"(토미 웅거러/비룡소)

by 마하쌤
x9788949161327.jpg

멜롭스 가족에게 제일 놀라운 것은 ‘분업’이다. 모험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가 일치되어 있고, 일이 시작되었을 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척척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쉬는 시간에 각자의 스타일대로 쉬는 것이었는데, 서로에 대한 간섭이 전혀 없었다. 각자의 독립성을 최대한 인정해주면서, 일손이 필요할 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 가정에서 제일 불만이었던 점은 멜롭스 부인은 모험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모험을 떠나는 가족들을 배웅하고, 그들이 돌아오면 반갑게 환영 케이크를 만드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석유 시추 모험 때는 최소한 현장에 직접 음식 지원을 나와서(여전히 음식 만드는 일에 국한되긴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위험도 같이 겪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 그 장면조차 없었더라면 좀 더 실망했을 것 같긴 하다.


‘모험’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없는 일을 만드는 것, 혹은 분명히 오만가지 문제가 생길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나를 위험할 수 있는 가능성에 집어넣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뭔 일이 생길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일상에서도 물론 갖가지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어지간한 천재지변이나 사고가 아닌 이상에는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멜롭스 가족의 세 번의 모험에서는 정말 별의별 사고가 다 일어난다. 비행기가 추락하질 않나, 인디언에 납치되질 않나, 배가 침몰하질 않나, 섬에 고립되질 않나, 석유를 시추하려다가 대형 산불을 내질 않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하지만 모험의 본질은 그 어떤 위험이 오더라도, 그걸 어떻게든 해결해나가는 재미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최선을 다하는, 스릴 넘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야말로 모험의 빅 재미인 것이다. 멜롭스 가족처럼 다같이 힘을 모으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경우에는, 안전할 확률이 더 높은 거고.


멜롭스 가족이 위험한 모험에서 번번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요인은 아마도 각 구성원들의 독립성이 아닐까 싶다. 이들 중에서 각종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좌충우돌하며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의존적인 캐릭터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모험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멜롭스 부인조차도, 몸에 불길이 옮겨 붙자 있는 힘을 다해 강으로 달려가서 폭포 아래에 몸을 숨기고 안전하게 가족들을 기다린다. 각자도생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자기 목숨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는 거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목숨을 지켜내는 거다. 이 가족이야말로 ‘따로 또 같이’가 최적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이상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도, 각자의 취향은 서로 존중해주고 간섭하지 않으며, 누구 하나 도움이 필요한 의존적인 존재,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지 않는, 독립적인 관계라니... 엄마의 역할이 음식 만들기에 국한된 것만 빼면 다 좋다. 특히 아들 중에 페르디난트가 분명히 요리를 할 수 있으면서도, 왜 집에만 오면 엄마에게 모든 요리를 맡기고, 아버지와 네 아들들은 음식을 기다리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남녀 간의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고루한 방식만 빼면 이 가족은 정말 이상적이다.


이 작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인디언에게 잡혀간 카시미르를 말뚝 채 구해내 집에 온 다음에, 그들의 모험을 기념하기 위해 그 인디언 말뚝을 집 앞에 박고, 가로등으로 만드는 장면이었다. 생사를 오가는 위험한 순간조차도 지나고 나면 제일 신나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또 멜롭스 가족은 기껏 보물을 찾았으나 침몰한 배 값 물어주고, 세금까지 내고 나니 보물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도, 돈보다 가족들이 모두 안전하게 돌아왔고, 또 모험이 재밌었으면 그만이라고 쿨하게 넘어간다. 돈이나 보물이 목적이었다면 그들은 모험가가 아니라 보물 사냥꾼 혹은 도굴꾼이었을 거다. 결국 차이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있다. 이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모험의 ‘험’, 험하고, 높고, 멀고, 위태로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들을 계속해서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모험이 끝난 후에는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식탁에 모두 둘러앉아 멜롭스 부인이 만들어준 3층짜리 크림 케이크를 먹는다는 것이 이채롭다. 결국 모험이라는 것도 일상으로의 복귀와 한 쌍을 이루었을 때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멜롭스 가족의 경우엔 다들 각자가 가진 기술과 재능과 타고난 모험성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석유 시추 모험의 경우, 직접 땅의 재질이나 화석의 종류를 탐색해보고, 박물관에 가서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에서, 역시 공부와 노력도 병행되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배워가면서 하면 그만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아니다.


삶이 즐거워지려면 어느 정도의 모험과 일상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스스로를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몰아간 후에, 다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중간에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틈틈이 쉬는 것, 그리고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것의 안락함을 마음껏 누리는 것, 이것이 순차적으로 계속 돌고 돌 때 비로소 이 삶이 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게 아닐까 싶다.


자연만물이 변화의 순환을 계속하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이 똑같아 보이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키고 수습하고 안정을 회복하는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라는 게 바로 이런 일상 속 작은 모험들이지 싶다. 계속해서 삶의 수레바퀴를 굴려야 한다. 그래야 사는 것처럼 살 수 있다. 변화가, 모험이 바로 최고의 생존 비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글, 그림/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