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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Oct 29. 2019

사건의 시작, 한 병의 주사약부터였다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의 마약 - 사실은, 수술실 마취약 '펜타닐'

믿고 보는 배우 김선아의 신작, 빠른 전개, 클리셰 같지만 또 봐도 재밌는 재벌가의 숨겨진 이야기. ‘시크릿 부티크’ 9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숨 쉴 틈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단 2회 만에 사실은 김선아가 연기하는 ‘제니 장’이 데오 그룹의 진짜 주인일 수 있었다는 비밀이 밝혀지고, 데오 그룹과 얽힌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어디선 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융천 국제 도시 개발 게이트’ 사건에서 탐욕스러운 융천 시장 도준섭(김법래 분)이 호화 요트 파티를 즐기며, 약이 든 주사기를 꺼내 드는데, 실종된 소녀를 찾으러 갔던, 선릉 지구대 박주현 경위(장영남 분)가 침대 틈새에서 깨진 유리 앰플을 발견해 낸다. 찾아낸 앰플에는 ‘펜타닐’이라는 성분명이 적혀있고, 박 경위 역시 앰플을 보자마자 이거 마약이잖아 라고 정체를 바로 간파한다.

극 중 박주현 경위가 집어 올린 펜타닐 앰플, Fen 부분이 블러 처리됐지만, 약 좀 아는 사람이라면 금세 펜타닐(펜타닐 시트르산) 임을 알 수 있다. (ⓒ SBS 시크릿 부티크)



극에서 소재로 쓰인 ‘펜타닐’은 필로폰이나 엑스터시 등의 마약과는 달리, 의료용 마약이다. 한국에는 1986년 9월, 명문제약이 처음으로 들여왔다. 의료용 마약은 적합한 환자에게 의료인의 처방하고, 의료기관 내에서 투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경구용 마약과, 피하 흡수 등 패치 제형(패치 제형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동네 친구에게서 받은 파스를 허리에 붙였는데, 이상하게 깨어나지 못해서 한참을 치료하다 투명한 패치가 붙어있는 등, 허벅지를 그때서야 발견하는 식이다), 주사 제형 등이 있다. 드라마에서 펜타닐을 호화 요트 파티에서 투여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마약 공급책이 내과의사인 이상훈(정욱진 분)이었기 때문이다. 경구 혹은 패치형 마약과 달리 주사제 마약은 원칙적으로 마약류 처방 및 투여 시설로 신고한 의료기관 외로의 반출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약 공급책을 찾는 J부티크의 변호사 윤선우(김재영 분)가 수술실이 있는 준 종합병원에 당직의 등으로 최근 근무하게 된 의사를 찾는 건, 약의 적응증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펜타닐은 주로 수술실에서 쓰인다. 작용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허가 당시의 정보에 의하면, 0.1mg(2ml)을 투여했을 때, 모르핀 10mg과 유사한 효과를 낼 만큼 진통 효과는 강력하지만, 단시간 형으로 진통작용 지속시간은 30분~60분 정도라, 대개 마취 유도 또는 마취 보조제로 수술 시 환자를 마취 상태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며, 수술 후 회복실에서는 통증의 조절을 위해 일시적으로 투약되기도 한다. 같은 펜타닐 성분이지만 패치제는 작용이 시작되는 시점이 부착 이후 24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어서, 반드시 부착 초기에 통증 조절을 병행할 수 있는 단시간 형 진통제의 병용이 필요한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주로 마취제와 병용되다 보니, 호흡이 느려지거나 멈추는 호흡억제 또는 무호흡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이 보다 더 드물게 근육이 굳어서(강직) 호흡근육이 딱딱해지다 보니, 숨을 쉬기 곤란해지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만약 위 두 가지 증상이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했다면, 마약의 길항제인 날록손 또는 근육을 풀어주는 근 이완제 성격의 석시닐콜린을 투여해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애석하게도 드라마에서는 병원이 아닌 요트에서 의료인이 아닌 탐욕적 시장에 의해 맞아선 안 될 약물을 투여받았기에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제대로 쓰이기만 한다면, 펜타닐은 효과적인 마취를 통해 조각난 뼈를 잇는 정형외과, 심장 수술을 포함해 많은 고난이도 수술을 가능하게 했던, 수술실 그리고 중환자실 안에서는 충분히 멋진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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