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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Oct 29. 2019

엄마, 나는... 붕붕이 BEA의 진실

연극 BEA를 통해 본 만성피로증후군의 약물 치료


"나는 이제 그만 자유롭고 싶어요, 엄마. 나는 죽고 싶어요"


2019년 9월 3년 만에 돌아온 연극 BEA는 젊은 여성의 존엄사 라는 소재를 다룬다.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 베아트리스는 무려 8년을 침대에 누워

2019년 재연 공연된 연극 BEA의 포스터 ⓒ크리에이테브테이블 석영

지내야만 했다. 그것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만성적 체력저하, 만성피로 증후군 때문이라는 건  극이 한참 동안 진행되고 나서야 깨닫게된다.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미디어가 떠들어 대는 마늘주사, 피로 회복 등의 느낌 때문일까, 극에서 가장 몰입되지 않았던 부분도 고작, 피로 때문에 죽겠다고 였고 저게 대체 무슨 질병인지, 혹은 이름이 잘못지어져 사실은 위중한 질병임에도 모두들 그 존재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극 중 백은혜 배우가 연기한, BEA는 실제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몰핀을 먹는 모습, 심각한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 등을 보여주기도 해서, 만성피로증후군의 정의 그리고 치료방법과 예후를 찾아봤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사실 ME(Myalgic Encephalomyelitis)로 불리기도한다. 질병분류 코드 G 93.3

근(육)성 뇌척수염,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조금 중증질환 같은 느낌이 든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오늘의 캐스트 BEA 백은혜, 캐더린 정수영, 레이 조상웅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데서 시작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해 지는 상태로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서서히 시작되기도 하지만, 급격히 감염이나 감기를 앓고 난 후 증상이 시작되기도 해,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만성피로증후군이라 부른다는 만성피로증후군의 무서움은 휴식을 아무리 취한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 일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해석도 각각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임상 문헌역시 증상의 정도나 개선과 관련해 서로 다 다른말만 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연구 결과들 속에서 분명한 것은 만성피로 증후군이 정말로 만성적인 피로 혹은 장기부전(Organ Failure, 심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을 포함한다. 주요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자살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사망률이 동일 연령에 비해 높은 편이고, 그 원인은 아마도 증가된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만성 피로증후군의 치료는 많다. 그리고 많은 임상시험들도 시도됐다. 그러나 그 중 어떤것도 근치적 목적은 없다. 즉 치료라는 게 별게 아니라 그저, 지지요법인 동시에 흔한 증상을 관리하고, 동반질환의 증상을 조절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수면장애 라던가 통증, 우울이나 불안, 기억장애나 집중력 문제 같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것들 말이다.


CFS에 따라오는 수면장애는 잘 깬다는 것,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흔한 불면 치료와 비슷하다. 삼환계항우울제인 아미트리프틸린을 주로 쓴다. 파란 알약 한알, 먹었다고 해서 바로 나아지지 않는다. 약을 먹고 잠이 들려면 적어도 48시간은 걸려야 개선이 된다. 야간에 깨는 빈도를 줄여주지 못한다고 한번에 몽땅 털어 넣거나 먹고 또 먹고 해서는 안된다. 무릇 천천히 증량해야 하는 약이다.


동반하는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 혹은 NSAID,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부터 시작한다. 비약물학적 중재는 물론이다. 그래서 간병인인 레이가 필요했다. 만약 진통제 만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라면 이 때도 TCA, 즉 삼환계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우울과 분노에는 플루옥세틴, 프로작을 투여할 수 있고, 모노아민산화효소 억제제, MAO 억제제로 불리는 페넬진(워낙 오래된 약이다 보니 가끔 심한 딸꾹질에 쓴다거나, 기대치 않은 모습으로 종종 만나고 한다)을 쓰기도 하지만 우울증에 어떤 특효란 없다. 자신에게 보다 잘 맞는약을 잘 관리해서 먹는 모습이 있을 뿐.


그 밖에도 면역이 관계했다는 추정에 따라 면역 글로불린,집중력 문제를 불러일으키기에 ADHD 치료제로 유명한 메틸페니데이트(메타데이트 CD 정), 기면증 치료에 쓰이는 모다피닐 등 많은 치료를 해왔다. 극 중 BEA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통증 사다리의 꼭대기에 있었는지 몰핀을 먹지만...




모르핀은 황산염의 형태로, 아편계 마약성 진통제다. 보통 4시간 마다 1알~2알을 통증이 가라앉을 때 까지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먹는다. 15mg 한 알에 128원, 고용량을 한꺼번에 먹거나 주로 우울증이나 불안약제가 속하는 벤조디아제핀계와 같이 먹거나, 술과 함께 꿀꺽 하는 순간, 호흡억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BEA가 자신의 용기를 실행할 도구로 몰핀을 한움큼 집어 먹은것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만약 BEA가 CSF의 치료 목적으로 MAO 억제제를 먹고 있었다면, 극에서 잠깐 잠깐 보이는 것 처럼 경련 상태였다면, 몰핀은 복용해서는 안되는 금기 약물이다. 물론 중독성이나 의존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뉴스에 나오는 그런 마약들이랑은 다르다는 것,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한다면 통증을 경감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약이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었다.

 



몰핀은 BEA를 이 생에서의 고통을 덜어주며, 현실에 묶어두는 존재이기도 했고,

그녀가 자유를 찾아 행복을 위해 훨훨 날아갈 수 있게 끝맺음을 주는 존재 이기도 했다.

꾀병은 아니구나 라고 알아챘지만, 여전히 DNR 이 필요한 지, 존엄사가 인정되어야 하는 중증의 연명치료가 의미 없는 질환인지에 대해서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몰핀 덕분 아니 엄마와의 추억, 이해 덕분에 그곳에서는 BEA가 폴짝폴짝 뛰어가며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되었다.

관극날이 마침 관객과의 대화(9월 18일) 이었다. 엄마 그리고 BEA와 레이 그들은 결국 행복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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