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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Nov 19. 2019

염화칼륨 믹스, 이건 티도 안나!

드라마 배가본드 - 차달건을 죽이려던 릴리의 계략, 염화칼륨 믹스

수지, 이승기, 신성록 초 호화 출연진과 사전 제작, 로케촬영과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던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매회 새로운 악인, 그 악인들이 구사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엄청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 중 고전적인 스나이퍼의 등장, 총, 폭탄 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 못한 시점에서 '약'이 등장하기도 한다. 간혹 뉴스에서 만년필 모양에 볼펜에 당한 국정원 화이트요원 혹은 정체를 알고보니 블랙 요원의 이야기를 보기도 하지만, 정말로 국정원이 개입된 거대 세력의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에서 독 이야기라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이 점이 재미있다. 독살을 계획하는 릴리(박이안 분)가 꺼내든 독약이 우리가 다른 드라마에서 클리셰 처럼 만나오던 아몬드 냄새가 나는 청산가리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주사기를 꺼내들고 반대편엔 앰플을 하나 꺼내 든다. 이게 뭐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유창한 발음으로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안내해주기도 한다. 바로 포타슘클로라이드 믹스 솔루션(KCL Mix Solution). 한국에서는 염화칼륨 믹스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릴리(박이안 분)가 차달건(이승기 분)을 한 번에 없애 버릴 수 있다며, 염화칼륨 믹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 SBS 배가본드



염화칼륨믹스 주사를 자신의 의뢰인인 제시카 리(문정희 분)에게 소개하며,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차달건(이승기 분)을 살해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그녀, 이 염화칼륨 믹스는 현존하는 약일까? 그리고 정말로 흔적도 없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독약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염화칼륨 믹스는 현존하는 약 이며, 릴리의 말 처럼 심장에 작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러하듯 사람을 해치도록 만들어진 약은 아니다. 단지 주의깊게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어쩌면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지도 모르는 약 일 뿐이다.


염화칼륨은 각종 의약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원료 이외에, 릴리가 들어보인 것 처럼 주사용수가 첨부되어, 앰플 혹은 병 형태로 판매되는 종류가 있다. 염화칼륨 주사액은 국내에서는 1970년 중외제약이 허가를 받은 것이 최초이다. 지금은 제일,대한 등 여러 회사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허가 정보에 따르면, 저칼륨혈증 환자에게 칼륨을 공급하거나, 디기탈리스 중독을 일으킨 환자에게 해독 약으로 쓴다. 주사제로 공급 되며, 포도당이나 생리식염 주사액, 링거액에 반드시 희석해서, 농도를 0.3%(칼륨으로서 40mEq) 이하로 분당 8mL/min 이하의 속도로 천천히 투여해야 한다.


왜냐고?

칼륨은 심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심장의 박동 및 운동과 관련해서. 그래서 그 농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혈중칼륨 농도는 3.5 ~ 5.2 mEq/L 이 정상 범위다.

염화칼슘이 정량보다 많이 투여된 경우,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고칼륨 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 고칼륨혈증은 무증상이고,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칼륨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 하거나, 특징적인 심전도의 변화를 확인하였을 때만 확진할 수 있다. 후기 징후로는 근육 마비, 심정지(심장도 근육인 심근으로 둘러 싸인 장기다)로 발생한 심혈관 허탈을 포함하기도 한다. 특히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투여하게 되면 심전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희석을 필요로 함이 주의사항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릴리박이 들어보인 주사제는 염화칼륨 원액. 작정하고 대량의 칼륨을 차달건의 몸 속에 꽃아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만약 차달건이 선글라스의 렌즈를 통해 그녀의 의도를 미리 간파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예고된 대로 EKG 상 파형의 이상을 그리고, 일시적 심장 차단으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혹여 섵불리 심장충격기라도 사용했더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다 동작해야 하는 어려운 순간이지만, 어쩌면 릴리박의 예고대로 실행되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이대로 죽을 순 없기에, 선글라스 정면에 비친 조그마한 주사침을 발견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차달건과 고해리(배수지 분) 일행은 자신들의 위협에 쓰인 약물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한채로 끝났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나 실수는 한국의 임상현장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받고 있는  JCI 인증에서는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곳에, 포타슘 원액을 둘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인증평가를 통과할 수 없으니까... 대부분의 대형 병원에서는 병원 약국 내에서 믹스 처방대로 희석액을 조제해서 병동에 전달한다. 칼륨 용액을 정맥으로 한번에(Push) 찔러넣었을 때는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환자 안전을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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