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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Mar 26. 2020

투덜이 김준완의 전화기 너머, 쇼크환자 치료법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흉부외과 에이스 김준완, 노련한 응급처치

응답하라 시리즈로 케이블 드라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작진이 돌아왔다. KBS 예능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원호 PD - 이우정 작가의 콤비는 tvN에 와서, 시즌제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에 있는 응답 하라 시리즈를 히트시켰고, 전작인 슬기로움 감빵생활로 특수한 공간 속 평범한 삶의 형태를 재조명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들이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유연석을 소아외과 의사 안정원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마음이 따뜻한 교도관 이준호 정경호를 다시 만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었다. 


첫 화의 중심은, 안정원(유연석 분)이었다. 율제그룹의 3남, 소아외과 의사인 그는 아이들의 사연에 공감할 줄 알고 자신의 부를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이었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99학번 친구들이 뭉쳤다. 평범한 의학드라마를 벗어나 철없는 마흔 살, 대학시절의 추억을 그리는 5인방으로 재점화되며, 이 드라마가 어떤 변곡점을 그릴까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중심은 친구들로 옮아갔다. 아마도 한국 뮤지컬 어워드, 더 뮤지컬 어워드의 여우주연상을 연달아 거머쥐었던, 나만 알고 싶었던 매력 만점의 여배우 전미도(채송화 분)의 활약이 그 중심에 섰다. 발 사이즈 225의 귀여운 외모, 그러나 전공이 신경외과라는 것 만으로 엄청난 걸 크러쉬. 


애석하게도 오늘의 주인공은 전미도가 아니다. 그런 그녀가 '투덜이'로 핸드폰에 저장해 둔 까칠한 매력을 뽐내는 흉부외과 부교수 김준완 역의 정경호다.  

세 외과의사의 투닥임 속에 어쩌면 외과의의 숙명일 수도 있는 콜을 받는 김준완(정경호 분) -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지난 회, 친구들에게 연봉의 1.5배, 그리고 1인 교수실을 제안했던 안정원(유연석 분), 그러나 하루 종일 프리셀만 하는 룸메이트, 그리고 영혼의 단짝, 일심동체니 나랑 같은 방을 쓰자는 제안 까지, 친구들이 투닥일 만도 한 상황에서, 갑자기 울리는 김준완의 전화. 응급이다. 


"어 왜" 
"시스톨릭은?"
"노르에피 달았어?" 
"바소 주고 안 되면 갈게, 다시 콜 해" 



차분하고 무심한 목소리 톤으로 연기했지만, 사실 응급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대학병원 의사의 삶 속에 일상 이기도 한 부분이다. 


시스톨릭(Systolic)은, Systolic BP(Blood Pressure)의 줄임말로, 수축기 혈압, 즉 우리가 흔히 혈압 얼마야 라고 할 때의 그 수치다. 

숱한 의학드라마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BP 높은 환자를 처치하는 정석대로, 혈압 수치를 확인한 김준완(정경호 분)은 이내 '노르에피'를 달았냐고 묻는다. 


노르에피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줄임말로, 국내에서는 노르핀 외 7개 제품이 유통 중이다. 

노르핀의 적응증은 혈압을 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 심장이 멎었을 때, 그 보조 치료적 목적이 두 번째다. 

1. 각종 질환에 따르는 급성 저혈압 또는 쇽의 보조치료(심근경색에 의한 쇽, 패혈증으로 인한 쇽, 아나필락시성 쇽, 순환 혈액량 저하에 따르는 급성 저혈압 또는 쇽, 전신마취 시의 급성 저혈압 등)

2. 심정지의 보조치료
어떻게 해서 노르핀은 혈압을 올리는 것일까. 


약리학 시간 교감신경, 그리고 부교감 신경, 체성 신경을 배울 때, 수용체를 크게 두 개로 나눴다. 알파형과 베타형이 그것인데, 이 노르에피네프린은 α-1과 β-1 아드레날린 수용체 모두에 작용해, 강력한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심박출량(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양, 흔히 펌프라고 부르는 그것, 맞다)도 약간 증가시킨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쇼크나 저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석산염으로서 8mg, 즉 노르에피네프린으로서는 4 mg 1 앰플을 5% 포도당 생리식염 주사액 1L에 희석, 분당 2~3ml의 속도로 천천히 주입 시작, 반응에 따라 그 용량을 증감할 수 있다. 즉 흔히 링거라고 알고 있는 수액에 주사를 믹스하고, 혈압의 변화를 관찰하며 투약하는 것이다. 먹는 약이 아니다 보니, 병동에서만 주로 쓰인다. 


급성 저혈압의 치료라는 목적에 맞게, 쇽 상태로 이르게 한 원인을 찾아 내 고쳐주는 것이 필요한데, 위장관 출혈, 외상에 의한 출혈, 화상에 의한 체액 감소, 심한 설사 나 구토, 심근 경색 등 관상 동맥 질환에 의한 심인성 쇼크, 패혈증성 쇼크  혹은 폐동맥 혈전증의 결과 등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노르핀 투여로 환자가 안정되었다면, 아마도 이건 내일 아침 회진 때 밤새 블라블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는 노티 사항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아마 환자는 안정을 찾지 못했나 보다. 

그렇지 않다면, 무려 부교수인 김준완을 호출했을 리가 없겠지. 


이내, 그는 바소 주고, 그래도 안 떨어지면 올라가겠다고 대답을 하는데, 'VASO'는 대체 또 뭐란 말인가. 

바소는 Vasocontrictor 혹은 Vasopressin 모두로 해석될 수 있는데, 신기한 건, Vasopression 또한 Vasocontroctor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긴 용법에서 눈에 띄는 부분, Use in addition to norepinephrine! 


바로 김준완 선생님이 고른 그 용법 되시겠다. 그런데 한국의 바소프레신은 1984년에 최초 허가, 마지막 적응증 추가 마저 2001년 이어서, 이런 용법들이 잘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는 이 약을 쓸 수 없는 건 아니니, 투덜이지만 친구들이 다 조교수 일 때, 홀로 부교수인 김준완 교수님의 실력을 믿어 보시라. 


바소프레신이 혈관확장제로 쓰였을 때, 바소가 바소 했다?! ⓒ Up to date


이렇게 바소프레신을 같이 쓰면, 평균 동맥혈압이 1차 선택약인 노르에피네프린 하나만 썼을 때 보다, 노르에피네프린의 양을 줄이면서 목표로 하는 혈압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두 약의 혈관 내 수용체 선택성은 아래와 같고, 이런 카테콜아민류는 목표를 달성한 후 라면, 기저 원인을 교정하고 빨리 끊어줘야 한다. 이러한 치료의 목표는 평균동맥압을 65 mmHg 이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고, 이어서 다음 단계에서 inotropic 효과가 보다 강한 약제를 쓰고, 만약 원인이 패혈증이라면, 적절한 항균제를 처방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응급 시 사용하는 약인 만큼 통상적으로 하는 대로 오더 내고, 약 받아와서 투약하다간, 큰일 날 격이라, 대개 병원의 병동마다, 시술실마다 비치되어있는 Emergency Cart에는 필수 의약품으로 노르에피네프린은 꼭 들어가 있고, 냉장 보관이 필요한 바소프레신은 카트 대신 비 치약으로 보관되어 있어, 응급 시 병동 내에서 신속하게 대치할 수 있다. 


쇼크의 1차 선택약으로 노르에피를 달고, 바소도 주기로 했던 그 환자의 혈압은 올라갔을까? 


그날 밤, 김준완(정경호분)은 제시간에 퇴근을 했을까, 그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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