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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Jan 10. 2020

김사부는 왜 에스몰롤을 선택했나

드라마 낭만닥터김사부2 - 대동맥박리에 사용한 베타차단제 에스몰롤

지난 1월 6일 새해 첫 월화 드라마도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에서 김사부(한석규 분)는 강동주와 윤서정의 뒤를 이어 새 식구가 될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거대병원 본원을 찾았다.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어쩌면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경계를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뽑아야 하는 김사부로서는 응급실에 앉아 거대병원 본원의 응급환자 처치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오지 않는 전문의들 사이에서 응급의학과(EM) 4년 차인 윤아름(소주연 분)이 한참을 동동거릴 때, 한 구석에 앉아있던 김사부는 드디어 모자를 벗고, 검은 티셔츠 소매를 걷어붙인다.


그녀가 아무리 콜을 해도 나타나지 않던 CS, 그 주인공은 바로 차은재(이성경 분)였다.

어쩐지 피곤한 모양새로 응급실에 내려와 환자가 어디 있느냐며 찾는 차은재에게 노티(Notify의 준말로, 의료진 사이에서의 보고를 의미한다)를 하는 윤아름, 아까 응급실을 찾았던 대동맥박리(Aortic Dissection)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속 대동맥박리는 익숙할 만도 한 게, 시즌 1에서도 한번 다뤄진 적이 있는 질환으로, 유연석 배우가 맡았던 강동주 선생의 아버지가 거대병원 응급실에서 밀리게 된 계기가, 뒤늦게 찾아온 환자가 대동맥 박리 환자였던 때문이다.


콜을 받고 응급실에 내려와 급성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 환자에 대해 노티를 받고 있는 차은재(이성경분) (ⓒ SBS 낭만닥터김사부시즌2)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혈관의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하는 말로, 상행 대동맥 박리와 하행 대동맥 박리의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시작이자 제일 크고 두꺼운 혈관으로, 내막, 중막, 외막의 3중 구조로 이루어지며, 이 중 내막이 찢어졌을 때, 이러한 대동맥 박리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40~60대에 많이 발생하며,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환자의 다수가 고혈압을 동반하곤 한다.


증상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가슴 앞쪽, 등 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또는 배 위쪽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증상인데, 실제로 환자의 80~90% 이상에서 고혈압이 나타나지만 간혹 심장이 눌리거나 (cardiac tamponade, 심낭압전),  파열되면 저혈압 및 저혈량성(혈액의 양이 줄어들어서) 쇼크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심장 초음파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주로 CT를 통해서 확진을 하게 되는데, 이 날 거대병원을 흉통으로 인해 찾았던 환자 또한 이러한 특성을 나타냈다.



응급실 인턴이 레지던트 4년차인 윤아름 선생에게 보고하길


"선생님, 환자 BP(혈압) 150입니다"


간성 혼수 환자를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커튼 밖 (나중에는 결국 대동맥박리로 밝혀진) 흉통 환자의 혈압 처치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화면은 전환된다.  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김사부(한석규 분)가 응급실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 인가 하면, 대동맥박리는 치료하지 않을 경우 초기 치사율이 시간당 약 1%에 달하는 응급질환이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나쁜 결과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사무는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확인하고, 혈압 조절을 위한 처치를 지시한 후 환자를 수술 전 확진을 위해 CT를 촬영하도록 보내는데, 이는 대동맥 박리의 치료방침 결정에는 발생 부위와 합병증의 유무를 알아야 하며, 진단 검사 도중이라고 해도 혈압과 맥박수를 지속적으로 안정시켜야만, 대동맥 파열을 막을 수 있고, 통증을 줄여줄 필요도 있기 때문이라, 대개 처음부터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협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놀라운 일을 김사부는 혼자서 다 확인하고 지시하고 해치우고 마니, 정말 대단하기는 한 사람이다. 김사부의 지시에 따라 환자는 안정되었는데, 이후 응급실을 찾아 환자의 경과를 보고 받던 차은재는 놀라 노티를 하는 윤아름에게 반문을 하는데...



에스몰롤이요?
네, 선생님 처음에는 라베탈롤 주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그녀가 가리키는 시선의 끝에는 초음파로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히어로 김사부가 있다.


에스몰롤이요? 라베탈롤 대신 에스몰롤을 투여했다는 EM R4윤아름(소주연 분)의 보고에  놀라는 CS 펠로우 차은재(이성경 분)(ⓒ SBS 낭만닥터김사부시즌2)


에스몰롤이나, 라베탈롤 둘 모두 -롤롤- 즉 베타차단제(Beta Bloker)로 같은 계열의 약인데, 도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차은재(이성경 분)는 이토록 놀라는 것일까?


대동맥 박리 환자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박수를 분당 60회 이하로 줄이기 위해, 베타차단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급성기 치료의 경우, 김사부가 선택한 에스몰롤이 유용한데, 이는 짧은 반감기와 효과를 얻기 위한 증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투여 용량은 체중을 고려해 결정되며, 250 to 500 mcg/kg를 부하용량, 즉 초기 loading dose로 1분 이상에 걸쳐 투여 후, 1분 당 25 ~ 50 mcg/kg를 점적 주입할 수 있다)  특히 에스몰롤은 천식 또는 심부전 등과 같이 기존 베타 차단제에 불응한 환자에도 유용하게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맨 처음 윤아름이 투여하려고 했고, 차은재 역시도 이 상황엔 당연히 라베탈롤이지 라고 생각했던 그 약, 라베탈롤을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라베탈롤은 처음에 Bolus, 즉 정맥 직접 주입법으로 슈팅이라고 부르는 혈관에 수액 등에 섞지 않고, 빠르게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여할 수 있는 데, 체중에 따라 용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 용량으로 처음에는 20mg을 투여하고  뒤 따라서 매 10분마다 20~80 mg을 투여 해 최종적으로 투여 용량이 300 mg d이 될 때까지 투여할 수 있으며, 만약 수액에 섞어 투여하기를 원한다면, 분당 0.5 ~ 2 mg의 속도로 투여해도 된다.


즉, 두 가지 모두 효과 있는 약이다.
대동맥박리의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심박수와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에스몰롤이라 라베탈롤을 투여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CCB로 약을 바꿔야한다.(ⓒ UpToDate)

라베탈롤의 다른 이름은 라베신 주사다. 국내에서는 명문제약이 1992년 11월에 처음 허가를 받아 들여왔다. 주사제인데, 이 약은 반드시 누운 채로 주사해야 하며, 투여 후 3시간 이내에 일어서게 되는 경우 심한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어, 꼭 입원환자에 쓰라는 주의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또 임신성 고혈압의 치료에도 쓸 수 있는 약인데, 그래서 조산방지제인 라보파와 라베신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으니, 고주의 의약품이며, 비본(중탄산나트륨)과 배합 금기인 주사다.



에스몰롤은 국내에선 3개 회사가 만들어 팔고 있지만, 가장 먼저 허가를 받아 오래도록 써 온 약은 제일약품의 브레비블록이다. 라베신 보다 조금 앞선 1991년 8월에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혈압의 감소 보다, 수술 전 후 혹은 비대상성동빈맥 환자에 있어 심실률 또는 심박수의 신속한 조절, 즉, Heart Rate에 대한 효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았다. 농축형 주사이기에 라베신과는 달리 직접 정맥 주사하지 않고, 꼭 희석해서 투여해야 한다.


또 라베신과 마찬가지로 탄산수소 나트륨(비본)과의 혼합은 금기시된다.


만약, 라베탈롤 대신 에스몰롤을 투여한 이유를 작용 개시시간이 2~10분, 반감기는 9분과 같은 빠른 효과와 대사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어떤지는, 만약 차은재가 거대병원에 남아 이 환자의 이야기가 더 다뤄진다면 알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차은재는 거대병원을 떠나 김사부의 품으로, 돌담병원으로 왔다. 라베탈롤과 에스몰 롤 중에서 왜 에스몰롤을 골랐는지, 또 에스몰롤 대신 라베탈롤이 거대병원의 족보였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차은재가 김사부를 만나 펼칠 다음, 그다음이 더 궁금해서, 에스몰롤과 라베탈롤 사이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다음 주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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