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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 애널리스트 May 16. 2020

바이브의 새로운 정산 시스템은 음반계 환경을 개선할까?

네이버 인공지능 뮤직 시스템 ‘바이브’가 음원 유통사들과 계약을 맺고, 5월 정산부터 VPS(VIBE Payment System)를 도입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VPS의 기본이 되는 #내돈내듣 캠페인으로 선보인 광고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22만회를 기록했다. ‘내돈내듣’은 ‘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지불한 사용료가 투명하게 정산되는 것을 보고 플랫폼 자체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왜 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에는 끊임없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토론을 진행해보았다.

-네이버 바이브



바이브의 새로운 정산 시스템 통해 음원 시스템 환경은 개선되 어려울 것이다.



소수 이용자가 많이 재생한 음악은 오히려 정산이 줄어들게 되므로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기존의 비례배분식 정산은 전체의 파이를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정한 뒤, 음원 재생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개개인이 듣지 않은 노래에도 소비자의 음원 이용료가 분배가 되었는데, 바이브의 VPS 정산 방식은 개인 이용자의 지출 금액을 개인의 월별 재생수로 누어 곡당 단가를 정하고, 이 단가에 해당 음원을 재생한 곱해 저작권료를 계산한다. 이 경우, 자신이 많이 들은 곡이 한 번 스트리밍 할 때마다 단가는 낮아지고, 적게 들은 곡의 단가는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팬덤이 많은 경우 많이 들은 곡의 단가가 제일 높아진다. 반면, 소수 이용자가 여러 번 스트리밍 하면 곡 단가는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VPS를 사용하면 내가 듣는 곡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이왕이면 돈을 내는 입장에서 가치가 높은 곡에 투자를 하고 싶다”라는 소비자도 있다.


또한, 바이브는지난해 바이브 무제한 듣기 상품 상위 재생 20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VPS의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정산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팬층이 두텁고 폭넓게 인기를 끄는 가수들의 정산 금액이 이전 비례배분제보다 20~60%이상 증가한 반면, 소수 이용자가 반복 재생하는 가수는 정산금액이 94%나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음원의 재생 횟수보다는 음원 재생 이용자가 많아야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정산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렇기에 공장형 스트리밍을 막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대중적이지 않고 마니아층이 두터운 뮤지션일수록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 비례 배분 정산 방식과 VPS정산 방식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41587.html)


이용자 중심 정산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위한 비용이 소요되고, 높은 비용 탓에 저작권자에게 배분되는 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은 결론적으로 아티스트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할당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용자 중심의 음원 정산 방식은 개별 이용자의 전체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스트리밍 이용료 및 특정 음원별 스트리밍 횟수를 고려하여 계산해야 하는데, 개별 이용자의 이용 패턴과 다양한 월 정액료를 모두 비교해야 하므로 계산이 복잡해진다. 따라서, 이용자 개개인의 스트리밍을 고려한 회계 방식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아티스트에게 분배되는 음원 이용료는 감소될 수 있다. 또한, 추가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기에 이 또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VPS가 음원 이용료 분배 방식의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


정산 방식을 바꾸는 것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독단적 행동이다.

기존의 정산 방식은 오랜 기간 음반 업계에서 다양한 관계자들의 협의를 통해 유지되어 왔다. 바이브가 신규 시스템을 발표했으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타 음원 사이트들 간의 협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바이브 독단적으로 음원 시스템을 바꾸기엔 무리가 있고, 현실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이 사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되기엔 미비하다.

알려진 사재기의 방법에 의하면, 사재기는 한 아이디로 여러 번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가능한 많은 다수의 아이디를 해킹해 진행하기에 실질적인 방지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VPS도 팬덤이 있는  아티스트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므로 또 다른 사재기를 야기할 수 있다.



바이브의 새로운 정산 시스템은 현재의 음반계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VPS 시스템은 한 아티스트가 과도하게 많은 수익을 받는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사재기는 4.15 총선 때도 언급될 만큼 사회적 이슈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개별 아티스트나 각 곡을 찾아듣기보다는 순위권의 곡을 재생해서 듣는다. 이때 기존의 음원 정산 시스템은 많이 재생된 순위에 따라 음원 이용료가 비례배분되었고, 사재기를 통해서라도 일단 순위에 들면 고수익을 낼 수 있었다.


작년 7월 A곡을 6명이 한 달 동안 3만 회를 들었다. 인당 평균 5천 건의 재생을 한 셈인데, 이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사재기가 실존한다고 믿고 있다. 이 상황에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VPS를 도입했더니, 기존의 방식은 한 아티스트에게 18만 원의 수입이 돌아가는 반면 VPS는 1만 천 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VPS가 완벽한 사재기를 막기는 힘들 수 있으나 독점 수익은 방지할 수 있다.


- 네이버, 동아일보


기존 징수 방식 또한 합의에 의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징수 규정은 그동안 음원 플랫폼에서 정해놓고 수십 년 큰 변경 없이 진행되어 온 방식이다. 사실상 이 방식도 협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편하니까’라는 이유에 장기간 유지되어온 것이다. 타 플랫폼에서 말하는 “협의가 없었다.”는 발전을 하지는 못할망정 아이의 떼쓰기 같다. 오히려, 바이브는 VPS를 통해 타 플랫폼과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바이브가 시발점이 되어 타 플랫폼도 변화할 수 있다면, 한국 음반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 변화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쟁력은 국제적 플랫폼과도 차이를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 또한 "VPS가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원 공룡으로 이용자들이 넘어가지 않고 국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구독료 0원과 100원의 차이가 있는가?

현재 타 플랫폼에서 말하는 VPS의 문제점 중 하나는 ‘6개월 0원의 구독료’이다. 그들의 의견은 음원 이용료가 0원일 시 아티스트에게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배분해 줄 것이며, 이는 음악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음원 플랫폼은 ‘구독료 5개월 100원’등과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고, 거기에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독료 0원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은 음원 플랫폼 업체가 떠안고 가는 손해이지 저작권 소유자에 대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VPS를 통해 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재즈처럼 길이가 긴 음원이나 마니아 층을 보유한 곡들은 정산이 힘들다. 길이가 긴 곡일수록 전곡을 듣지 않고, 해당 곡은 팬층뿐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 방식을 변경하게 되면, 기존의 팬층에서는 안정적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다.


-네이버 바이브


토론의 내용을 토대로 우리는  VPS의 도입이 음원 시스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이슈인 사재기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VPS는 독점적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음원의 수익이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분배된다. 대중성을 통한 수익보다 음악성을 통한 수익이 가능해지기에 우리는 이전보다 폭넓은 플레이리스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VPS의 도입을 통해 발전을 지양하고 안정만을 추구하던 음원 업계에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하는 바지만, 곡의 단가가 낮아지는 등 지적된 여러 문제점들 또한 반드시 수정과 개선을 거쳐나가야 할 것이다.




글 : 서재영, 김서영, 김수민, 이민선, 이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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