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직 애널리스트 May 24. 2020

힙합 가사들

우리를 위로했던 나지막한 랩 가사 몇줄.



Excuse me – Brand Newjiq(브랜뉴직)


“용길내서 one step 사일좁히며

좀 더 다가가서 two step 두 눈을 맞추고”



지금 보면 자칫 촌스러워 보이는 이 노래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도 더 넘어 무려 2009년에 발매된 곡이다. 이 곡의 나이가 12살이라는 사실에 감회가 남다르다. 소싯적 용돈을 긁어 모아 구매한 도토리를 투자한 곡이기에 더 소중한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곡은 더 이상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이 곡을 듣기 위해 유튜브를 사용하거나, 싸이월드에 접속해야 한다.


현재 유튜브에서 이 곡의 조회수는 20만건이 넘으며, 추억에 젖어 있는 댓글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 딱 내 마음같은 댓글이 있었다.


‘너무 좋아서 자꾸 듣고 싶은데 금방 질릴까봐 아껴 듣는 노래 – JAEHYUN LEE’


만질 수도 없는 노래를 마치 소중한 물건 대하듯이 닳을세라, 때 탈세라 조심히 아껴 듣는다. 특히 도입부의 재즈풍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심장이 콩닥거린다.


사람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추억을 소생시키는 노래가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삶에 지쳐있을 때, 음악을 들으며 우수에 젖는 것도 꽤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글_김서영




G O Y O – 서사무엘



"매일 화려할 것 같은 이 방안은

오늘도 너무나 똑같아

매일 밤이 되면은

고요해 모두 고요해 모두 고요해

다들 사는 게 다 비슷해

고요해 모두 고요해 모두 고요해

우리 낮과 밤은 다 똑같아

고 고 고요해"



발버둥치는듯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속 친구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유투브 속 유럽 여행 브이로그를 보며,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내가 깎여진듯한 기분도 동시에 느낀 적이 있다.

치열한 하루의 끝, 소음없는 방 안에서 이 노래를 들는 동안

반복되는 '고요해'에서 나오는 그 허무함과 담담함에 묘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항상 내가 가지지 못한 남들의 삶을 동경한다. 남들의 그 밝은 낮이 내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이렇듯 화자의 화려한 삶을 부러워하는 친구에게 화자는, 결국 우린 똑같은 낮과 밤, 특별하지 않은 ‘고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얘기한다.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보여도 모두 비슷한 하루의 끝,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래를 듣고 위로가 될 수 있었던건 나만 이런건 아니구나 라는 알 듯 모를듯한 안도감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_김수민



Brilliant is (Feat.길,정인) –

스컬,하하,긱스(Geeks),지코(ZICO),매드 클라운(Mad Clown),스윙스(Swings),Illson(더블케이),허경환,김지민



“첨엔 한 몸이다 둘로 나뉘어

수백수천만번 불렀지만 여전히 내겐 너무 벅찬 이름

부르면 눈물 쏟을 것 같은 이름 어머니

당신이 내게 준 사랑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눈 코 입 당신을 똑 닮은 다시 태어나도 난 엄마의 딸”



이 곡은 ‘길, 하하, 긱스(Greeks), 지코(ZICO), 매드 클라운(Mad Clown), 스윙스(Swings), Illson (더블케이), 지조, 소울 다이브(Soul Dive), 허경환, 김지민’이 참여하고 ‘길’이 작사, 편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맡은 곡이다.


‘당신이 만들고, 세계가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라는 캐치 프라이즈로 시작된 15분 길이의 프로젝트이다. 전 세계 17개국의 사람들이 직접 쓴 사연을 모아, 다양한 언어로 50개의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중 내가 듣자마자 눈물을 쏟은 구절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머니’에 관한 구절이었다. 누구나 ‘어머니’ 세 글자에 가슴 찡해지고 눈물 쏟아 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20대 후반이 될수록 더욱 어머니를 많이 닮아가고 있고, 스스로도 더 닮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럴수록 긴 시간 어머니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위해 한 헌신이 경이롭고,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인생의 전부가 자식과 남편인 듯 헌신만 하시는 어머니. 이제는 인생의 1순위가 어머니 자신이길 바란다.


글_서재영




한여름밤의꿀 – San E, 레이나



“무더운 밤잠은 오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에 불러본 너

나올 줄 몰랐어

간지러운 바람 웃고 있는 우리

밤하늘에 별 취한듯한 너

시원한 beer cheers

바랄게 뭐 더 있어”



2014년 6월 무더웠던 여름. 갓 대학생이 되어 첫 여름을 맞이했다.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며 이런저런 생각과 이런저런 설렘으로 잠 못 들었을 때 이 노래가 발매되었다. 장면 하나하나 묘사하는 듯한 가사와 함께 산이와 레이나가 편한 친구이지만 썸을 타는 느낌으로 음악방송 무대를 꾸몄던 장면도 생생하다.


그때의 설레임이 남아서일까? 예전과는 다르게 왠지 모를 뒤숭숭한 마음이 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좋다. 특히 '간지러운 바람 웃고 있는 우리'라는 가사가 전에는 그저 남녀간에 설렘으로 느껴졌다면, 요즘은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와 나를 위로해주는 거 같다. 또 편하지만 설렘이 느껴지는 가사는 왠지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같은 느낌도 준다. 특히 마지막에 ‘바랄게 뭐 더있어’라는 가사는 6년 전과는 다르게 소소한 행복에 대한 큰 의미로 다가온다.


글_이민선



Happy Call - paloalto , 조현아 , d.bo



"뭐 깨졌다고 괜찮아
늘 있는 일이지, 뭐 어쩌겠어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래서 넌 어떡하고 싶어?
다시 붙이긴 쉽지 않아
위험해 보여, 그 조각
니가 가진 소중한 것들
이 좋은 날
We gon' live like this, 니 자신을 봐
It's your world, baby, don't miss
보름달이네, 대낮인데
대낮부터 좋은 하늘 보네
짜샤, 찌질하게 질질 짜지마, 이 새꺄
텅 비었네, 비슷비슷한 이 사람들을 봐봐
내 말이 잘 안 들리면 니 귀를 파 봥"



래퍼 "불리 더 바스타드"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고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그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적인 후유증을 얻었다. 이후 유튜브 채널 STRIT에서 팔로알토가 멘토로 출연하여 그의 정신적인 케어를 도맡아서 하고 있고 그에게 힘이 되줄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삶은 항상 좋은 일도 많지만, 그만큼 안좋은 일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게되기 마련인데, 사실 때로는 그러한 위로들이 형식적이면서, 가식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어김없이 음악을 듣고는 한다. 음악속 가사들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사를 쓴 작사가는 날 모르지만 마치 내맘을 알기라도 하듯 위로의 메시지를 주곤 한다. 가사와 더불어 멜로디, 박자, 목소리 톤, 숨소리까지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들어보면 그가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고, 그러한 느낌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곤 한다.


글_이재운

작가의 이전글 바이브의 새로운 정산 시스템은 음반계 환경을 개선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