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범위와 정체성에 대하여
세계 음악 시장에서 케이팝(K-pop)의 영향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BTS는 빌보드 1위를 섭렵하더니 아시아 가수 최초 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미국 최대의 록 축제 중 하나인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 (이하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아티스트 CL과 에스파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만큼 케이팝을 즐기는 해외 팬이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트위터(Twitter)가 조사한 KpopTwitter 2020에 따르면, 다양한 국가의 사용자가 케이팝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Twitter)
하지만 케이팝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질수록, 케이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의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과연 영어 가사로만 이루어진 BTS의 ‘Butter’는 케이팝일까? 전원 일본인 멤버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니쥬(NiziU)는 케이팝 아이돌일까?
작가진들은 케이팝의 정체성과 그 범위를 탐색해보았다.
먼저, 케이팝의 정의를 살펴보자.
케이팝은 ‘Korean Popular Song’의 줄임말인 ‘K-pop’이라는 단어에서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한국 대중가요를 정의하는 단어지만 해외에 잘 알려진 아이돌 음악에 국한되어 ‘K-pop = 아이돌 음악’으로 인식되는 추세이다. 국내 논문에 따르면, K-pop에 대해 오한승(2012)은 “아이돌 중심이 된 한국의 팝 음악”, 이수완(2016)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 중 아이돌을 주축으로 생산된 힙합, R&B, 록, 일렉트로닉 음악이 가미된 댄스음악”이라고 정의했다.
'pop' 앞에 'K'와 같이 국가, 지역을 나타내는 형용사와 그 외에 붙은 다른 음악들, 즉 브릿팝이나 스웨디시 팝, 제이팝, 라틴팝 등은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다시 말해 케이팝은 음악의 국적이 장르를 정의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되고 있지만, 라틴팝, 스웨디시팝처럼 국가적 색채가 강한 장르를 의미하지 않는다. 케이팝 자체가 미국 팝에 기반하여 알앤비, 힙합 등이 모두 혼합되어 형성된 음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팝은 글로벌 대중 음악으로서의 보편성과 지역 음악의 특수성을 모두 가진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덕분인지 해외 리스너들 사이에서 케이팝이라는 음악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평소에 들어왔던 음악과 비슷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고, 단지 “이게 무슨 장르인가"라는 색다름이 느껴졌을 뿐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제작 과정이다. 보통 미국 음악 시장은 음악 제작과 그를 수반하는 여러 마케팅, 홍보 등이 다른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케이팝은 앨범 제작부터 발매까지의 일련의 모든 과정이 한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인-하우스 시스템(in-house system)’으로 탄생한다. 케이팝이 곧 ‘인하우스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케이팝은 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국가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출처: 한국경제)
케이팝의 진화 과정은 보통 3단계로 나누어진다.
케이팝 1.0: 한국에서 국내 아티스트와 앨범을 기획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
SM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의 창시와 시초를 일궈낸 대표 기업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과 일본 음악 시장을 동시에 섭렵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기획하는 ‘신비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로 발굴한 아티스트가 바로 보아이다. 보아는 어렸을 때부터 춤과 노래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까지 교육받으며 케이팝과 제이팝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그는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200의 127위로 진입하고 오리콘 1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케이팝 2.0: 해외 현지 회사와 합작하거나 해외 멤버를 영입하여 다국적 아이돌을 결성.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케이팝 아이돌은 ‘케이팝 2.0’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오디션을 통해 외국 출신 멤버를 선발하여 다양한 국적 출신의 그룹형 아티스트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에스파의 닝닝(중국), 블랙핑크의 리사(태국), 트와이스의 쯔위(대만) 등이 대표적인 해외 국적 멤버이다. 능력이 출중한 해외 멤버는 해외 팬덤을 확보하고 케이팝을 알리는데 큰 가교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해외 멤버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케이팝 3.0: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현지 아티스트를 발굴해 현지 데뷔.
현재 케이팝은 3.0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오로지 현지 멤버로만 구성된 아이돌을 현지에서 데뷔시키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NCT의 WayV와, 프로듀스 101 일본 시리즈의 INI가 대표적인 케이팝 3.0 아이돌이다. 지난 2020년, JYP가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인 ‘Nizi project’ 통해 총 9명의 일본인 멤버를 선발하여 일본 음악 시장에 니 쥬(NiziU)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비록 모든 멤버가 일본 국적이지만, 한국의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JYP의 인하우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획한 ‘케이팝'형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니쥬는 데뷔하자마자 오리콘 차트 1위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케이팝 3.0’의 진가를 증명하는 중이다.
최근 K팝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새로운 현지화 프로젝트를 속속히 발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 등 외국 회사들과의 합작을 통한 현지용 K팝 그룹을 뽑는 오디션을 개최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가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수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핵심적 팬덤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 과정 자체를 상품화시키는 방식은 이미 K팝이 국내에서 유효성을 검증한 성공모델이다.
하이브(HYBE)는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를 진행하며 함께 멀티 레이블 오디션을 진행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11살부터 19살까지의 모든 청소년은 보컬, 랩, 댄스 중 자신이 자신 있는 분야에 지원할 수 있다. 하이브는 미국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산하의 게펜(Geffen) 레코드와 함께 미국판 K팝 보이 그룹을 만들 예정이다.
CJ ENM 또한 워너 미디어의 OTT 브랜드 HBO 맥스, 멕시코 기반 제작사 엔데몰 샤인 붐독과 손잡고 남미 지원자들이 참가하는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지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남미의 정서를 담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통해 ‘K팝 DNA’를 가진 남미 보이그룹을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MGM과 합작해 자사의 보이그룹 프로젝트인 NCT의 미국 유닛인 NCT 헐리우드를 뽑기로 했다.
현지 아이돌을 영입해 현지에서 데뷔하는 방식의 ‘케이팝 3.0’ 시스템은 그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작가진은 케이팝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케이팝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케이팝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음악 산업 생태계에 이로운 작업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케이팝은 무엇인가?
글:김서영, 예시연, 한희윤, 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