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너의 시선에서 바라본 르세라핌 'FEARLESS'
2022년 5월,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에서 데뷔한 르세라핌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최초 걸그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뜨겁게 데뷔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성공을 이끌어낸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과 기대를 받았다.
걸그룹 르세라핌은 ‘I’m Fearless’를 슬로건으로 삼아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을 따라,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스토리를 담고있다. 그리고 데뷔 트레일러와 수록곡을 통해 내보인 ‘The World is My Oyster’라는 타이틀은 ‘두려움이 없는 인간상’의 모습과 ‘하이브 최초 걸그룹으로서의 선전포고’와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르세라핌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해당 메시지를 구성하고 있는 콘텐츠의 맥락이 일치하지 않아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을 얻었다. 작가진들은 르세라핌의 ‘FEARLESS’의 컨셉 포토와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쏘스뮤직의 기획 의도와 이를 받아들인 대중들의 리액션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았다.
하이브와 쏘스뮤직이 생각한 ‘두려움이 없는 당당한 여성’은 테니스, 복싱, 바이크, 레이싱 등과 같이 활동성이 돋보이는 요소를 활용해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했다.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스포츠인 ‘테니스’를 컨셉으로 차용해 ‘고급화’와 ‘역동성’을 고루 가져갔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테니스, 레이싱 카, 모델 등)을 컨셉으로 녹여내어 MZ세대가 지향하는 ‘N잡러(본업 외에도 개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맞춰 나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니멀한 의상으로 인한 신체 노출은 단순히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예술은 표현의 자유를 가짐으로써 정답이 없다. 하이브와 쏘스뮤직은 단순히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지길 원했기에 이러한 노선을 고수한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는 위와 같은 요소를 이용한 선정적인 컨셉이 미성년자 멤버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신인 아티스트에게 부적절하다고 언급하였다. 무엇보다 컨셉과 이를 이루는 구성요소에 대한 괴리감에 대해 지적하였다.
‘대중문화에서 기호가치로서 몸 이미지의 소비양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저자는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 산업은 선정성을 극대화 하여 상품화하고 있으며, 특히 걸그룹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에서의 특정한 방식의 기호가치로 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르세라핌의 콘텐츠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함께 하고 있으며, 최근 걸그룹 내 선정성 있는 아이템을 지양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유독 이를 강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성애적 이미지의 구성 요소로는 1. 선정적인 성적 표현의 안무 2. 노출이 심한 의상 3. 노랫말과 시각적 이미지의 상호작용이 있다. (이수인, 2011) 르세라핌의 뮤직비디오 속 안무와 멤버들의 의상 다수가 위 구성 요소에 해당된다.
위와 같은 성애적 이미지가 ‘당당함’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은 맞다. 유명 팝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국내 솔로 가수들도 성애적 이미지들이 구성된 ‘섹시 콘셉트’로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한 기획의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과 르세라핌의 차이점은 ‘미성년자 멤버들이 포함된 점’, 그리고 ‘멤버 본인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 기획사가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주제의식을 에워싸고 있는 콘텐츠의 구성이 불친절하다는 비판도 나타났다. 스포츠 컨셉을 통해 ‘역동성’이라는 이미지를 취하고자 했으나, 대중에게 제공된 콘텐츠는 정적인 표정과 포즈였다. 런웨이 모델이라는 컨셉을 통해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가져오고자 했지만, ‘CASTING CALL’부터 ‘Debut Collection’으로 이어지는 데뷔 프로모션 콘텐츠는 멤버들의 화려한 비주얼에 주목한 콘텐츠일 뿐, 왜 쇼 이름이 ‘FEARLESS’인지, 데뷔곡 ‘FEARLESS’와 이들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와 어떠한 유기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르세라핌의 ‘FEARLESS’ 뮤직비디오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FEARLESS’ 뮤직비디오는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와 동일하게 무용실을 배경으로 ‘편견 어린 시선 앞에 여성의 당당함’을 대중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당시 ‘BAD GIRL GOOD GIRL’도 신체 실루엣이 드러나는 의상과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남성과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지만, 뚜렷한 인물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효했던 반면, ‘FEARLESS’는 제목 그 자체의 주제 의식을 나타내지 않는다.
르세라핌의 콘텐츠를 봤을 때 파편화된 여성의 몸을 비추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엎드려 바닥을 치는 안무, 의상이 보이지 않도록 확대한 앵글, 공허한 수동적인 이미지, 거울 혹은 창문을 통해서 인물을 관음하는 듯한 시선은 대중들로부터 쏘스뮤직이 말하는 ‘FEARLESS’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낳게 할 뿐이다.
아이돌(Idol)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ιδειν이며, 이후 ειδo에서 idola로 변천되어 최종적으로 우상을 뜻하는 idol로 정착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아이돌’은 10~20대의 젊은 가수 그룹을 뜻하고, 해당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팬클럽을 형성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아이돌’을 우상으로 삼고 응원하는 문화는 1990년대부터 지속되어오고 있다.
이런 아이돌 가수가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면서 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존재하나,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 속에 선정적인 내용 혹은 욕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또는 좋지 못한 행실 혹은 범법 행위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해당 이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나,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특히 가치관 형성에 아이돌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 이들이 우상으로서 작용하기에 자아 형성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필연적이다.
우리는 해당 콘텐츠의 제목과 상통하는 ‘두려움이 없는 당당한 여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돌 산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는 ‘섹시 컨셉’을 곡에 어울리지 않게, 심지어 미성년자에게 적용했기에 하이브와 쏘스뮤직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브랜딩하고 있는 콘텐츠 속에 성적 대상화가 의도되었는지를 떠나서 국내/외 대다수의 KPOP 팬덤은 섹시 컨셉으로 인한 성적 대상화 이슈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기획자 입장에서는 이를 유념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다.
- 참고 자료
하이브 첫 걸그룹 르세라핌, 애매한 콘셉트가 문제 (https://weekly.donga.com/BestClick/3/all/11/3368077/1)
대중문화에서 기호가치로서 몸 이미지의 소비양식 (이수인, 2011)
작성자 : 강혜원, 김서영, 한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