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마음을 울리는 정우의 노랫말
"나를 한 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
고요하니 아늑하던 그곳
내게 한 번만 더 별을 따다가 줘
너의 영원한 체온으로 안아줘"
정우의 <나에게서 당신에게>는 마지막을 앞두고 화자인 '나'는 사랑스러운 친구 '너'에게 담담한 어조로 작별 인사와 작은 소원을 말한다. '달', '별'의 키워드,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듯한 '햇살의 강'과 '구름의 강'이라는 단어로 구성된 이 노래는 SF의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도 낭만적인 톤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연스레 우주인 '희진'과 외계 생명체 '루이'와 언어를 초월한 교감에 대해 다룬 김초엽 작가의 단편 소설 '스펙트럼'이 연상시켰다.
"아 나의 그리울 날들
이젠 여기 두고 가네 사랑스런 나의 친구
이 시간들은 영원하여 나는 구름의 강으로 가노니
못다 한 말은 햇살에 띄워주세요
남은 말은 바람에 속삭이세요"
희진은 외계 생명체와 최초로 조우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이와 그들의 거주지가 인간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추억 속에 묻어두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에 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루이는 (그들의 입장에서 외계 생명체인) 희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3~5년의 짧은 수명임에도 불구하고 대를 이어가며 희진을 보호해왔다. '이 시간들은 영원하여 나는 구름의 강으로 가노니 / 못다 한 말은 햇살에 띄워주세요'는 언어를 초월해서 교감했던 루이와 희진이 서로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에 '나(희진의 손자)는 할머니의 유해를 우주로 실어 보내 별들에게 돌려주었다'라는 문장은 가사 중 '나를 한 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와 상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글_예시연
“아픈 것은 아픈 대로 예쁜 것은 예쁜 대로
이제 모두 충분해서 멀리멀리 떠나는 거지”
안녕 친구들. 나 서영이야.
가사를 듣자마자 대학원 친구들이 떠오르더라.
벌써 대학원 4학기가 돼서 학교를 떠날 날이 되다니 믿기지 않아.
지금 도망치듯이 베트남으로 떠나와서 이 글을 적고 있는데,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던 걸 새삼 느꼈어.
2년이라는 시간을 회고해 볼 때, 내 사람이 없었으면 버틸 수 없었을 거야.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지만, 적어도 슬픈 일은 없던 것에 감사해.
가사처럼 이제 아픈 것도 예쁜 것도 충분해서
떠날 시간이 되었나 봐!
“아 나의 그리울 날들 이젠 여기 두고 가네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 이 시간은 영원하여”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2년이라는 시간은 여기 남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영원할거라 믿어.
이 시간을 남모르게 그리워할 것 같아.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배려까지 겸비한 내 친구, 동생, 선배들한테서 배울 수 있는 게 더욱 많았어.
항상 날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또 함께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 관계들이 너무 소중해서 혹시나 때가 탈까, 금이 갈까, 매번 조심스럽게 다가갈려고 노력했는데
내 진심이 닿았을까?
우리 딱 지금만큼 열심히 해서, 훗날 멋있는 모습으로 계속 만나자.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해도 돼.
사랑해 나의 친구들!
글_김서영
"시키는 대로 다리 벌리는 가위처럼 굴까요
어디에나 미련 붙이는 풀처럼 굴까요
스테이플러처럼 캉캉 열심히 짖어볼까요
혹은 지우개 가루처럼 숨도 쉬지 말아볼까요"
낮은 자세로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화자를 보고 있노라면
미련한 날의 과거가 떠오른다.
저렇게까지 간절할 이유가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공백을 주던 대상이 떠올라 먹먹하기만 하다.
"나는 가까운 데서 당신을 잃어도 봤구요
아주 먼 데서 안아도 봤어요
당신이 늘 깨어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는 걱정 없이 뭐든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 구절을 듣고 단숨에 그 대상은 나 자신으로 바뀌어 버린다.
마음이 힘든 날, 혼자 있을 때면 나와 가장 가까운 나는 어김없이 주저 앉는다.
반면 보는 눈이 있는 곳에선 가다듬고 담담히 나를 위로할 수 밖에.
정우의 노래들은 대상을 필요로 하는 듯하지만,
듣다보면 간절하게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
혼수상태에 빠진 것 처럼 길을 잃은 내가 보일 때,
정우의 가사와 대화를 하며 나를 위로한다.
뭐든 될 수 있을거라는 말에 힘을 얻으며
다시 한번 나를 사랑하기로 한다.
글_한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