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음악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레이블 아래 딸려 있는 서브레이블(산하 레이블)의 개념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산하에 팝뮤직을 담당하는 ‘EMI Record’외에도 ‘DEF JAM RECORDINGS’이라는 힙합 전문 레이블과 ‘Deutsche Grammophon’과 같은 클래식 음악 전문 레이블 등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레이블이 산하에 여러 레이블을 두는 이유는, 메인 레이블의 브랜드를 희석시키지 않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음악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국내의 경우, SM 엔터테인먼트는 사내에 클래식 음악 전문 레이블인 ‘SM Classics’을 설립해 SM의 주요 곡(‘빨간맛’, ‘다시 만난세계’ 등)들을 오케스트라 버전 및 클래식 음악으로 편곡해 클래식 음악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려는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하이브 산하에는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ADOR 등 여러 레이블을 두고 있는데, 이들 레이블은 서로 공략하는 타깃 수요층이 상당수 겹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레이블 간 차별화가 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아이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 안에서 각 레이블이 음악적 다양성과 아티스트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사내에 아티스트 별로 본부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PM, 스트레이키즈, 니쥬는 1본부, 있지는 2본부에서 관할하는 것입니다. 서브레이블의 개념을 자신들에 맞게 사내 본부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이브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할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아이돌이라는 대분류 아래서 아티스트 발굴하고 론칭할 것이기 때문에, 멀티 레이블 체제보다는 JYP의 본부제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는 한 지붕 아래서 각각의 레이블이 지나친 성과 경쟁, 차별, 카피 등의 키워드를 계속해서 생산할 가능성이 큰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는 이번 ADOR 케이스와 같은 종류의 분쟁을 향후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통해 풀어가기보다는, 기업 구조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무형의 자산을 사내에서 서로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변모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통해 각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디렉터에게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자율성을 부여하되, 경영적인 부분에서는 하이브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글: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
*이글은 써클차트에 2024년 4월25일 연재한 칼럼입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써클차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