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차트가 국내 앨범(Physical)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2018 처음으로 400위권 기준 앨범 판매량이 2천만 장을 돌파했다.2016년에 처음 1천만 장을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시장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앨범을 구매하는 팬덤과 이를 제작하는 제작사, 또한 이를 집계하는 차트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왜냐하면 CD 판매량 증가에는 본연의 소장 및 감상 용도 외에 다른 요소들이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앨범(Physical) 시장을 살펴보면, 2016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까지만 해도 국내 앨범 시장은 엑소가 주도했었지만, 2016년에는 엑소 이외에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2017년에는 워너원 GOT7, 세븐틴이 가세하면서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커졌다. 이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음악시장 규모 TOP5 국가들의 최근 피지컬 판매량 추이와는 정반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13년 필자가 작성한 "일본의 음반시장은 왜 성장하는가?" 칼럼에서 발췌한 것이다. 당시 전 세계 음악시장 상위 5개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의 피지컬 앨범 시장이 성장한 것에 대해 다룬 내용이며, 그 주요 이유를 일본의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랭크된 'AKB48'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방한했던 닛케이 엔터테인먼트 수석 에디터 '시나다 히데요'의 주장이기도 했다.
2012년 일본 피지컬 앨범 시장의 반등에는 우리의 팬싸(팬 사인회) '응모권'에 해당하는 악수회 '참가권'과 아이돌 멤버의 활동을 팬들이 선거(총선거)를 통해 정하기 위한 '투표권'이 큰 역할을 했었고, 실제 이를 위해 수 백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이들이 존재했었다.
또한, 총선거 이후 해당 아이돌의 앨범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의 폐기물 취급을 받는 다는 소식도 있었다. 실제 2017년 일본의 한 30대 남성 회사원이 후쿠오카 현 산중에 AKB48의 CD 585장을 폐기했다가 경찰에 폐기물 처리 법 위반 협의로 체포된 바 있는데, 피의자는 "투표권을 목적으로 구입한 CD의 처분이 곤란해 산속에 버린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하면 최근 국내 중고 CD 시장에 비닐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체 쏟아지고 있는 아이돌 CD는 그나마 양반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특정 아이돌의 CD는 물량이 너무 많아 중고 음반 가게에서 매입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미 6년전에 우리와 같은 경험을 했던 일본의 피지컬 앨범시장은 지금 어떨까?
최근 일본의 피지컬 앨범 시장은 2012년부터 판매량이 하락하기 시작해 2019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2년 전체 시장의 약 64%였던 피지컬 앨범 시장은 2016년에 51%까지 줄어들었는데(2017 음악산업백서), 전통적으로 피지컬 앨범 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던 일본 역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피지컬 앨범 시장의 수요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피지컬 앨범 시장은 일시적 반등이 있었던 2012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작년 상반기 오리콘 싱크 차트 TOP 10을 보면 트와이스를 포함해 모두가 아이돌 가수일 정도로 여전히 아이돌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비아이돌 가수의 앨범은 디지털 수요가 대체하고, 아이돌 가수는 앨범은 앨범 시장에 그대로 남게 되어 전체 피지컬 앨범 시장에서 아이돌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2018년 국내 연간 피지컬 앨범 TOP 100에서 '황치열'을 제외하고 모두가 아이돌 가수인점을 고려하면 일본과 대한민국의 앨범 시장은 매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에 지드래곤의 USB 미니앨범 ‘권지용 [KWON JI YONG]’의 피지컬 앨범 인정 여부를 놓고 한차례 논란이 된 적 있었다. 당시 필자는 피지컬 앨범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지엽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제는 팬싸(팬 사인회)와 포토카드 수집을 위한 부가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CD를 전통적인 음악시장의 범주에 포함해야 하는가? 아니면 화보집과 같은 부류의 MD(굿즈) 시장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드래곤 USB는 '음악 감상'이라는 전통적인 앨범의 용도에 맞춰 그 시대의 기술을 장착한 진짜 피지컬 앨범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글: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
*이글은 2019년 1월 7일에 써클차트에 연재한 칼럼 입니다.
<글쓴이 약력>
199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뮤직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CT 대학원에서 Cultural Management & Policy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악업계에는 1999년에 처음 입문하였으며 2009년에는 KT뮤직에서 차장 지냈다. DSP미디어 ‘카라프로젝트’ 전문심사위원과 Mnet ‘레전드 100송’ 선정위원, 써클차트 K-POP어워드 심사위원, 엠넷 MAMA 심사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자문위원,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추천위원, ‘SBS 인기가요’ 순위 산정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뮤직비즈니스 바이블’과 ‘궁금했던 뮤직 비즈니스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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