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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상 Aug 25. 2016

#18. "행운의 절반, 친구"

Depapepe - Start

아티스트 : Depapepe
장르 : J-팝, J-재즈
발매 : 2005.8.18
배급 : Sony Music
첫 정규 앨범 [Let`s Go!!!]의 두 번째 트랙 곡




생애 첫 진짜 친구


나에겐 소중한 친구가 하나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십 년 지기가 됐다.

그 친구는 나에게 각별하다. 왜냐하면 내 생애 처음으로 '마음을 나누게 된 진짜 친구'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까지의 나는 굉장히 어둡고, 부정적인 면이 있었다. 마음의 문도 꼭 닫고 있었다. 반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려는 마음도 없었고, 그때의 나는 너무도 소심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성격 탓도 있지만, 그때 당시에 소위 '중2병'이라고 하는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도 그랬던 것 같다. 사춘기의 정도가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조금 심한 편이었다.


그러다 한 친구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반이었던 그 친구가 대뜸 우리 반에, 그것도 내 바로 앞에 찾아와 불쑥 큐브를 내밀면서 '너 이거 잘해?' 이러는 것이었다.

그때의 난 큐브에 흥미를 느껴 들고 다니면서 맞추곤 했다. 공식에 맞춰서 요리조리 하다 보면 짠! 하고 맞춰진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 친구와 나를 이어준 건 다름 아닌 큐브였다. 마침 그 친구도 나처럼 큐브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몇 반에 누구가 큐브를 잘 맞춘다더라'라는 말을 듣고 바로 우리 반으로,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해맑아도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그 친구는 처음 보는 애인데도 곧장 큐브를 내밀면서 환하게 웃더라.



그 친구와 나를 이어준 건 다름아닌 큐브였다. 사진 속 큐브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큐브인 다얀잔츠믹스.



서로의 첫인상 : '뭐지 이 날라리는?', '뭐지 이 싸가지는?'


그 일이 있는 후 몇 년이 지나 서로 더욱 친해졌을 때, 우리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 그때 당시 서로의 첫인상이 별로였다고.

난 그 친구가 학교를 날아다니면서(아, 진짜 날아다니기도 했다. 애가 복도를 뛰어다니는데 지치는 기색이 없더라.) 잘 노는 날라리인 줄 알았어서 '뭐지 이 날라리는?'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본인이 아무리 밝게 대해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대답하는 나를 보고 '뭐지 이 싸가지는?'이라고 생각했단다. '첫인상이 관계를 정한다'라는 공식은 다행히도 우리에겐 통하지 않았다.



cf. YouTube, DEPAPEPE / START (2014ver.)





※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시는 걸 추천해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을 더 캐치해 적었답니다.





문을 여시오!


아, 그 친구의 별명은 만두다. 앞으론 편의상, 그리고 애칭으로 만두라 하겠다.

지금 와서 만두에게 '내가 차갑게 대해서 좀 그랬을 텐데도 왜 계속 말 걸었어?'라고 물어보니, 내가 너무 어둡고 차가워서 자기가 어떻게든 그 차가운 모습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만두의 멋진 오기에 감동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어서 만두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마 만두는 "으아아아 제발 쫌 문을 여시오!"하는 귀엽고 강한 오기를 가지고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나 보다. 

만두 덕분에 정말 나는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정말 눈에 띄게 많이 밝아졌다. 전보다 더 웃게 되었고, 나를, 내 감정을 더 표현하게 됐다.

어쩌면 만두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쉽사리 열지 못했을 것이다. 만두에게 고맙다. 정말로.



START


이번 글의 테마 곡은 <Depapepe - Start>다. 왜 이 곡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느냐 하면, 이 곡은 만두와 내가 처음 합주해본 기타 곡이기 때문이다.

통기타 잡아본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손 끝에 굳은살 하나 없는 여중생 두 명이, 단지 멜로디가 좋다고 덜컥 난이도 있는 곡을 골라 연습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합주를 성공했고, 학교 축제나 버스킹 등등 여러 군데서 공연까지 했다. 참 추억이 많이 담겨있는 곡.

지금도 가끔 만나면 "스타트 한판 할까?!"라면서 두서없이 둥당당 치고 서로 헤 하고 웃곤 한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두와 합주할 때의 기분이 얼마나 뿌듯하고 좋은지. 그 좋은 기분을 오랫동안, 거의 십 년 동안, 앞으로도 느낄 수 있는 나는 정말 행운아다.



데파페페 멤버인 도쿠오카(좌)와 미우라(우). (사진 출처 : mintpaper.com)




행운의 절반, 친구


친구에 대한 명언은 참 많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명언 두 개.


"친구란 무엇인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이제 너는 빌려간 내 책 위에 젖은 유리잔을 올려놓아도 상관없는 사람이 된 거야."
- 에드윈 앨링턴 로빈슨 (미국 시인)


대학교 2학년 때, 교내 프레젠테이션 경연에 참가하여 본선에 올랐다. 발표 내용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가지, 음악과 친구였다. 친구 파트에서는 만두와의 이야기를 다뤘다.

본선 발표 중, 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저를 어두운 그늘에서 밝은 햇볕으로 나아가게 했다면, 그 친구는 제게 밝은 햇볕 속에서 즐기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결과는 우수상, 2등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벌벌 떨며 무서워했던 내가, 음악과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 프레젠테이션 경연까지 나가 전체에서 2등을 한 것이다.



2013년 교내 프레젠테이션 경연 때의 PPT 자료. 만두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너를 믿는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가 성장한 모습을 지켜봤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응원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힘들면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믿는다.


"너를 믿는 나를 믿어. 나를 믿는 너를 믿을게."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스스로 평가해보고 싶다면, 주위를 둘러보라.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는지.
그런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다.
(cf. 『행운의 절반, 친구』, 스탠 톨러,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2007)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여기 글에서 귀여운 오기를 부린, 소중한 친구인 만두의 정체는 바로


슈퍼스타 K5 TOP 4까지 갔던 김민지다. 현재 아프리카 TV에서 [기타치는배찌]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무지 밝고 매력 있고 귀여운 친구다. 노래 참 잘 부른다.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정말 왕왕 추천! :)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

http://blog.naver.com/colday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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