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스윗 -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
아티스트 : Various Artists
장르 : 발라드, 댄스, 락
발매 : 2008.10.06
배급 : iMBC
대학가요제 앨범 [2008 MBC 대학가요제]의 아홉 번째 트랙 곡
MBC 대학가요제는 해마다 대학생들이 개인이나 팀을 구성하여 자작곡으로 경연을 벌이는 음악 축제이다.
('제작비 대비 시청률 저조' 등의 이유로 2012년 36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추억 한 자락이 사라지게 되어 슬프다.)
<무한궤도 - 그대에게>, <샌드페블즈 - 나 어떡해>, <높은 음자리 - 바다에 누워>, <이정석 - 첫 눈이 온다구요>, <EX - 잘 부탁드립니다> 등등 수많은 히트곡들이 여기 MBC 대학가요제에서 탄생했다.
2008 대학가요제는 'THE ORIGINAL : 처음 그 시절처럼 음악만을 쫓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순수성을 바탕으로 이번 축제를 펼쳤다.
그때 당시의 나는 음악에 푹 빠졌던 중학생이었다.
MP3를 귀에 달고 살았고, 일주일 중에 월요일만 뺀 나머지 요일에는 드럼을 두들겼다.
음악에 몰두하느라 학교 공부는 등한시되어, 졸업 전 성적표에는 '수우미양가'가 전부 다 등재된 화려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참 기분이 묘하다.
음악밖에 모르던 16살 중학생이 자라서 24살 대학생이 된 내가, 그토록 꿈꾸고 바라던 음악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는 말을 쓰고 싶지만, 이 말을 엄마가 보게 된다면 내 등을 후드리찹찹할 것 같기에 소심한 괄호를 사용했다.)
중학생 시절의 나에게, 음악에 대한 꿈을 뭉개 뭉개 키워준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2008 대학가요제의 은상 수상곡, <랄라스윗-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이다.
어둠 속에 숨죽이던 내가 마주한
난 너무 변해 타인과 같아 이런 낯설음
차가운 시선 끝에 내몰려 무너진
난 낡아 빠져 빛나지 않아
소리 죽이며 허리 굽히며 숨 쉬는 내게도
한땐 전부라 믿어왔던 수많은 것들
지나쳐버리기에 무시해버리기에 소중한
빛바랜 시간 빛바랜 기억 빛바랜 꿈들
나와 같은 나 가슴 부풀던
늘 그려왔던 익숙한 모습에
날 보고 있어 이만큼 자라서 결국 이거였냐고
나는 아직 더 자라지 못한 어린
세상을 모르는 작은 아일
잊어버리고 그렇게 돌아서고 만 걸까
잊혀가는 내 가슴속 기억의 나
지금은 먼지와 같겠지만
묻어두기엔 지워버리기엔
그냥 이대로 모르는 채로 사라졌으면 잊혀졌으면
돌아가기엔 늦은 것 같아 너무 멀리 왔잖아
나는 아직 더 자라지 못한 어린
세상을 모르는 작은 아일
잊어버리고 그렇게 돌아서고 만 걸까
잊혀가는 내 가슴속 기억의 나
지금은 먼지와 같겠지만
묻어두기엔 지워버리기엔
잔인한 너는 멀어져가겠지 이렇게
불쑥 날 아프게 하고
희미한 흩어진 난 널 그리워할까
널 다시 살려낼 추억을 해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면 난
그땐 난 그땐 난 어떻게 할까
※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시는 걸 추천해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을 더 캐치해 적었답니다.
2008년, 중학교 3학년 때의 어느 가을날.
이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핸드폰 DMB로 대학가요제를 보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다니게 된 드럼 동아리를 시작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커진 나는,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곡들로 경연을 벌이는 대학가요제에도 관심이 갔다.
2008 대학가요제에서 기억나는 팀으로 먼저 '쓰리줌마'가 있다. (이때로부터 4년 후, 슈퍼스타 K4에 '볼륨'으로 재등장한걸 보고 깜짝 놀랐다.)
'로빈이 토끼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라는 장문의 이름을 가진 밴드팀도 기억이 난다.
'샤론' 밴드팀도 기억나는데 굉장히 임팩트 있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라는 곡을 들고 나왔는데,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그 곡의 가사를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다.
내가 싫어~ 날 떠나가는 그대~ 내리실 문은 왼쪽~ 입니다~
그대와 나의~ 간격 이제 넓으니~ 타시고~ 내리실 때~ 발!목! 안! 빠!지!게! 조심해라~
아홉 번째 순서인 '랄라스윗'이 나오기 전까진,
일렉 기타와 드럼, 화려한 춤과 조명이 관객들의 흥분을 끌어내고 있었다.
랄라스윗의 등장은 열기가 넘치던 무대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어떠한 전환점으로 느껴졌다.
랄라스윗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도 아닌,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라는 제목의 곡을 선보였다. 화려한 조명도 없이, 기타와 피아노 만으로 단 둘이.
나는 아직 더 자라지 못한 어린
세상을 모르는 작은 아일
잊어버리고 그렇게 돌아서고 만 걸까
널 다시 살려낼 추억을 해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면 난
그땐 난 그땐 난 어떻게 할까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던 내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된 쓸쓸한 마음을 노래한 이 곡은 화려한 댄스 곡, 신나는 밴드 곡, 소울풀한 발라드 곡들 사이에서 잔잔하지만 깊이 가슴을 울렸다.
대상의 주인공은 마지막 열두 번째 순서로 나온 '파티캣츠' 팀이었다.
<No Turning Back>이라는 신나는 곡으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아 인기상 또한 수상했다.
은상에... 랄라스윗!
랄라스윗은 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은상 수상팀으로 랄라스윗이 호명된 후, 수상 배경 곡으로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가 흘러나오면서 김현아님과 박별님이 기쁨에 찬 표정으로 무대 앞으로 뛰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전달받아 나온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었으리라.
비록 짧은 4분 남짓한 공연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에, 랄라스윗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에 포옥 빠지기에 충분했다.
내심 높은 수상을 바랐던 랄라스윗이 은상을 받아 아쉬우면서도,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 곡을 들려준 랄라스윗에게 고마웠다.
이때가 벌써 7년도 넘은 과거지만, 아직도 그 감동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심리학에서 '프루스트 현상' 이 있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현상을 말한다.
나는 냄새가 아닌 음악을 통해 과거의 일이 기억나고, 그때의 상황과 기분이 떠올려진다.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를 들을 때면 음악에 푹 빠졌던 중학생 때가 떠오른다.
지금의 나보다 음악에 훨씬 더 몰두해있고, 음악만 생각하던, 음악인을 꿈꾸던, 열정이 넘쳤던 중학생의 나.
음악인을 꿈꿨던 과거의 나.
음악으로 글을 쓰는 지금의 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를 들으며 7년 전의 나를 회상한다.
나와 같은 나 가슴 부풀던
늘 그려왔던 익숙한 모습에
날 보고 있어 이만큼 자라서 결국 이거였냐고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야, 내 모습이 결국 이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과거의 나는, 삶의 힘듬을 잘 몰랐지만, 모르는 만큼 한계가 안 보이는 큰 꿈을 꾸었었으니.
그래도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말해본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
음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과 감동을 주겠다는 새로운 꿈을 안고 달려가고 있다고.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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