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처럼

by 뮤즈 윤담

드립커피처럼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밥을 먹는다. 핸드드립커피를 즐겨 마신다. 핸드드립커피는 손으로 내리는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커피의 향이 코끝에 전달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두의 종류도 다양하다. 겉모양은 다를 바 없지만, 지형에 따라 원두의 성질과 특성도 다양하다. 맛과 향이 다르다.

원두를 볶는다. 볶은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준다. 볶을 때의 온도도 커피의 맛을 좌우한다. 녹색 빛깔을 띤 원두가 갈색의 가루로 변하여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흑갈색의 액체가 서버**로 타고 내려진다. 커피가 된다. 예술이다.

물의 온도도 예민하다. 원두의 볶아진 농도와 양, 물의 온도가 88도~95도로 적절하게 배합이 될 때 최고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바리스타의 세밀하게 떨리는 손끝에서 커피의 맛이 결정된다. 훌륭한 바리스타는 말한다. 커피를 내리는 순간은 숨도, 심장도 멎듯이 혼신을 다한다고. 실패를 거듭하고 정성을 기울일 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수필은 드립커피다.

핸드드립커피가 완성되는 과정과 같다.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쓰기 위해 밥을 먹진 않지만, 내 안에 녹아 든 영혼을 쏟아내기 위해 수필을 쓴다.

수필 쓰기에도 순서가 있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손길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몸과 마음을 정하게 한다. 주변도 깔끔하게 정돈을 한다. 하나님의 지혜대로 좋은 글을 쓰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시작한다. 새벽에 쓸 때 집중력도 최고다. 보고 느끼면 바로 쓴다. 다시 고치고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한다. 볼 때마다 다른 글이 된다. 적어도 여섯 번 정도는 퇴고 하라고 배웠다. 그 이상을 보고 또 본다. 독자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나의 깊은 내면이 보이도록 사유하며 시간을 투자 한다. 밤을 꼬박 샌다. 고된 노동을 거쳐야 향기 나는 글이 만들어진다. 물의 온도에 따라 각기 다른 커피가 결정 되듯, 내리는 손길마다 맛이 다르듯, 글도 여러 색으로 만들어진다. 마음에 들 때까지 생각한다. 쓰고, 들여다보고 고치기를, 몇 번의 산고 끝에 맛있는 글이 탄생된다.

드립커피를 내리듯, 마음을 울리는 글이 되도록 힘을 다한다.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어렵지 않고 화려하지 않게 쓴다. 나의 의지와 독자들의 의지가 소통이 되기를 소망한다. 심혈을 기울인다.

수필도 여러 과정을 통해서 살아있는 글로 탄생된다. 혼을 다해 갈고 닦은 글이, 섬세한 손끝에서 연마되어 생명의 글이 된다.

독자들의 숨결에 나의 숨결이 닻을 내린다.


수필은 드립커피다.

드립커피가 만들어지는 건 예술이다.

수필도 예술이다.

나의 수필 쓰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라인더: 원두를 가는 분쇄기

**서버: 추출된 커피를 담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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