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초보 시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차피 최저타가 우승할걸 뭐하러 매 홀마다 타수를 정해놓고 파, 보기,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홀인원... 그러면서 칠까... 또 뭐하러 언더파, 오버파, 세고 있는 거며, 그냥 페어웨이를 지키며 무난 무난하게 쳐도 비거리에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온 그린(on green)을 하고 퍼터 멍청이(?)가 아니면 파를 하지 않을까...
도대체 뭐 때문에 이게 그렇게 힘든 거지...
현실은 홀마다 전략의 싸움이고 샷의 과감함의 차이.
프로골퍼의 경우 18홀, 몇 개의 라운딩 동안에 수십 개의 홀 공략과 수백 개의 전략 샷을 구사한다. 실수 한 번에 그다음이 줄줄이 무너지기도 하고 벙커나 해저드에 빠져도 잘 극복해내기도 한다. 누구는 드라이버가 장점이고 누구는 숏게임을 잘하고 누구는 퍼팅을 기가 막히게 한다. 다 잘하면 가끔 얄밉지만...(^^;)
이렇게 스포츠에서 한 큐에 결과가 나오지 않고, 말하자면 여러 세트 속에서 다양한 전략과 최선을 다해 이루어지는 마무리로부터 결과를 힘겹게 얻는 이유는, 어쩌면 그 과정 중에서 플레이어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 틈을 비집고 생겨나는 실수와 방황, 흔들림을 이미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잠깐의 휴식 시간은 물리적으로도 필요하겠지만 형편없게 무너지고 있더라도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주고자 함이 아닐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성취감과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를 맛보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이겨내며 경험치가 늘어나고 다음번에 비슷한 실수를 해도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는 여유와 힘이 생긴다.
연장전까지 가서라도 어쩔 수 없이 단 한 명의 우승자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뿐인 그 순간에도, 짜증 나고 속이 뒤집어지는 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 과정을 모두 겪어낸 플레이어는 결국 라운딩을 통해 모두가 자신을 이겨낸 승자인 것이다. 그래서 난 스포츠가 좋다!
음악을 하면서,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금 힘들다면, 인생이라는 라운딩 중에 선택과 전략과 도전이, 아니면 부분적 포기에 의한 아쉬움이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략적으로 과감한 샷을 날릴 시기를 만드는 것은 바람도 푸른 잔디도 아닌 플레이어의 마인드 컨트롤이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경험을 통해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알고 놓치지 않는 감각도 이 순간 우리에게 생겨나는 거다.
인생도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즉흥이기에 그때그때 잘해나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스로 다독이며 방향을 잃지 않고 힘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새롭게 마음먹을 타이밍을, 세트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이미 하고 있는 라운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만 굳게 가지고 있어도, 이미 승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