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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Jun 09. 2020

내 일상을 돌려줘


코로나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쉽게 오지 않을 듯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만날 사람 못 만나고 해야 할 일 못하는 지경이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나. 물리적이든 사회적이든 거리두기를 하고 되도록이면 돌아다니지 말자는 분위기, 그 덕분에 짧은 동선으로 몸은 편해졌지만 정신은 많은 신경 쓸 것들로 인해 강도 높은 하드 트레이닝 중이라 힘들긴 마찬가지다.


요즘, 아니 이제 내 수다는 친구들과의 온라인 채팅으로 대신하고, 일은 이메일, 녹음과 녹화로 진행한다. 하루 종일 손가락을 움직이고 거의 혼자 말을 하고 있다. 그 마저도 익숙해져가고 있는데, 적응해서 다행인지 적응해서 슬픈지 이제 구별도 잘 안된다.


여럿이 함께 할 때 혼자 있고 싶은 기분과 만남을 자제하고 혼자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분명 다르다. 자율적 의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겠지.


그런데, 처음엔 마냥 불편했던 상황들 때문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다.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 다니고 목젖 보이게 깔깔대며 웃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립다. 만나서 얘기하고 토론하고 결정할 일을 이제는 만나지 않고 해결해야 한다. 이전까지 자세히 보지도 않았던 길에서 마주 보며 걸어오는 사람이 마스크 뒤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이가 지나가면, ‘이 시국에..!’하며 화가 나기도 하니, 정말이지 참 많이 바뀌어 버린 일상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이것저것 내 능력치를 시험해보게 된다. 무료함을 무엇으로 견뎌낼 수 있는지 스스로 테스트해보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흥미로워하는지 찾아보게 된다. 바쁨을 핑계로 밀쳐놓았던 언어 공부도 하고, 음악도 이것저것 듣고, 화분에 식물도 키우고, 글이라는 것도 쓴다. 컴퓨터 타이핑에 익숙해져서 글자 쓰는 건 또 왜 이리 어색한지...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변화 속에 내 삶의 조타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반드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아직은 일상이 그립고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Photo by 내친구 S. Kim (model: Leann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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