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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Jun 24. 2020

무엇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이메일이 지금처럼 사용되지 않던 때 (TMI 고백하자면 퍼스널 컴퓨터(PC)가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멀리 있는 친구와 손편지로 안부를 주고받곤 했다. 아, 그리운 그때 그 시절!


어느 날, 한 친구가 그랬다.


네가 나에게 보낸 편지는 별빛 같아.



지금 이 순간을 담은 내 편지가 자신에게 전달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그게 마치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빛 같다는 것이다.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 과학 지식이 듬뿍 담긴 비유적인 이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게 기억되고 있는 걸 보면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무척이나 감동받았던 것 같다.




나는 요새 무엇을 별빛처럼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니,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볼 시간이나 있을까. 아니면, 쳐다봐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현실적인 건 제쳐두고, 무엇을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생각하고 있을까.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느끼면서 살고 있는데, 무엇을 기다려주고 누구를 배려하고 있을까.


벼락치기 같은 과정에 익숙해졌는데 모순적이게도 성공률 100%를 기대하는 그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도대체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을 누가 아둔한 것으로 평가절하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일까.


오래전 친구의 말이 그 당시 비유에 그치는 말이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별빛 같은 그 느낌!

아, 무엇이든 시간은 필요한 거였다. 지식의 이해, 감정의 이해, 지식의 전달, 감정의 전달, 심지어 전화, 문자, 택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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