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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려는 아이, 이해가 안 되는 엄마

by 내아부

며칠 전에 아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학원에서 잘 공부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받는 전화다. 항상 그렇듯 학원 선생님은 아이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수업 시간에도 발표를 잘한단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이 통화의 목적이 이것뿐일까?'라고 생각하며 다음말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통화의 본 목적이 시작되었다. 수업 시간에 산만할 때가 있고 수업과 관련 없는 엉뚱한 말을 해서 선생님과 아이들을 웃기려고 한단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내 아이를 아는데, 칭만으로만 끝날 리가 없지.


예전 같으면 아이가 왜 자꾸 공부와 관련 없는 말을 하고 다른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는지 아이에게 진지하게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라는 책을 읽고 나서는 아이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책 내용 중에 딱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웃겨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면서 그것으로 인정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남자 아이들이 있다고 하니, '내 아들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웃긴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적은 있다. 다른 사람이 웃으며 좋아하니 나도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을 웃겨 주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내 아이를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참 다행이다. 상담 전화 후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은 좋지만 수업 시간은 공부하는 시간이니 그때에는 공부와 관련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해 주었다. 과연 아이가 그렇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공부시간에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좋지 않은 행동은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는 단번에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인 것 같다. 사실은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사소한 습관 하나 바꾸기가 참 어렵다. "스마트폰 늦게까지 보지 않고 일찍 자기"라는 아주 간단한 목표를 세워 놓고서 나는 이것도 잘 못 지킨다. 그러니 아이가 단번에 바뀌리라는 기대를 조금 접에 두고 천천히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래도 학원에서 오는 전화가 조금 두렵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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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바로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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