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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Nov 12. 2020

어느 음악인의 경제론

-잘 살아 봅시다.


 예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인식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인식일 것이다. 음악대학을 나오고 음악으로 돈이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나의 기준으로 보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본인들은 대부분 인식을 못하고 있지만 음악. 미술. 무용 등 소위 예술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의 가정환경은 평균적으로 좋은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을 들어가기까지의 비용 자체가 공부를 해서 대학을 들어가는 비용보다 배로 비싸기 때문에 일반가정에서 이 비용을 감당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다고 치자 어려서는 5살 늦어도 중학교 이전에 악기를 잡고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대학 진학에 걸맞은 프로필을 만들기 위해 몇몇 개의 콩쿠르에 나간다. 여기에는 우선 참가비, 레슨비, 반주 비 기타 등등이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그게 끝이냐.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이 서양음악이기 때문에 연주에 뜻이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한다.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유럽권 학교를 간다고 해도 거기에서 생활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한국에서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독주회나 음반 등을 내는 기반 비용이 드는 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천만 원 단위씩 깨지는 일이니 여기까지만 해도 집 한 채 값은 가볍게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맞다. 악기가 있다! 악기 이야기까지 하면 한숨이 저절로 나올 테니 생략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예술 활동으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      


 예전에 비해 연주활동과 레슨 등의 전통적인 밥벌이 외에도 책을 내거나 영상 작업등의 새로운 방법으로 경제적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인도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경제생활을 다 통틀어도 대부분의 예술대학 졸업생들은 밥 벌어먹기 힘들다는 토로를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전공과 관련된 일로 경제활동을 하는 동기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     


 결론적으로 원래 집이 부유하거나 특출 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0.1% 사람을 빼고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가끔 취미로 하는 학생이 전공으로 전향하고 싶다고 하면 부유한 집안의 자녀가 아니었던 나로서는 저절로 집안 사정부터 살피게 된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부모의 절대적인 헌신이 필요한데 개인의 자아성취를 중요시하는 요즘 부모에게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선생님으로서 참 난감한 일이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부모인지를 자녀들이 일찍이 알면 철이 빨리 들 텐데 아쉽게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하고 싶어 하는 건 웬만하면 다 해주려고 하셨던 헌신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 행운인지도 몰랐던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는 경제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힘들게 번 돈이니 내가 다 쓰면 된다는 이상한 경제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립을 하니 내가 감당해야 할 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남는 돈이 없다. 독립은 절대 안 된다며 들어 누워버린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어머니를 달래듯 하신 말이 현실이 될까 두려운 요즘이다.          



“가만히 두면 자기 발로 들어올 거야.”    



      


 경제가 어려워지면 왜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드는지, 허리띠를 졸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부모들은 제일 먼저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등 예체능 학원부터 끊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문화생활은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생각이 철없게 느껴진다. 예술과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관계인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이렇게 기도해보기로 했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먹고 사느라 여가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누릴 수 없는 사람이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었으면 좋겠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야말로 문화예술인들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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