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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Dec 02. 2020

존버들을 위한 음악.

-음악 레시피 3

Main dish :  Franz Peter Schubert/ "Du bist die Ruh."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의 질문이다.   

       

“어떤 음악이 제일 좋아요?”   

  

“어떤 작곡가를 제일 좋아해요?”     

     

 초겨울과 한겨울에 듣는 음악이 다르고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음악을 골라 듣는 사람으로서 ‘제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싫다. 왠지 딱 한 개만 꼽으라는 무언의 압박 같다. 좋아하는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하나만 뽑으라는 건 대답을 하지 말라는 거다.     


 좋아하는 음악이 많은 사람도 취향이라는 것은 존재해서 나도 분명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작곡가로 치면 슈베르트가 나에게는 그런 존재이다. 매력이 없다고 할까. 아니면 너무 평범하다고 할까.     


 보통 평범함은 하찮게 여겨진다. 특히 예술계에서 평범함이란 쥐약과도 같은 것이라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보다 차라리 지나칠 정도로 엉망인 것이 낫다. 너무 엉망이면 눈길이라도 한번 받지만 평범한 것은 그냥 잊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음악가들을 생각해보라. 바이올린 줄이 다 끊어지고 한 줄만 남았는데 기가 막힌 연주를 했다고 한다(파가니니). 5살 때 작곡을 시작하고 6살 때 연주여행을 다닌다거나(모차르트) 작곡은 물론이요 전설적인 오르가니스트이기(바흐)도 하는 등의 재능이 많다.     


 반면 슈베르트라는 음악가는 어떤가. 노래를 잘 불러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지만 성악가로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쳤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안전한 생활을 위해 음악교사 자리에 지원했지만 그것 조차 떨어졌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혼인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슈베르트의 인생을 보고 있자면 적을 무찌른다며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를 보는 것 같다. 음악이라는 꿈을 지독하게 사랑해서 자신의 신체와 정신이 무너져가는 걸 인지 못하고 죽어간 모습이 꼭 닮았다.      


 그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딱히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하여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반짝임이 없는 그의 음악은 특별함이 부족하다. 그것이 슈베르트 음악에 대한 나의 총평이었다. 이 곡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Du bist die Ruh', 그대는 나의 안식처

der Friede mild,  온화한 평화

die Sehnsucht du, 당신은 그리움

und was sie stillt.  그리움의 해소.      

                                                                     -슈베르트 가곡 ‘그대는 나의 안식처’ 중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작곡가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가곡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의 음악에 큰 감흥이 없던 사람의 마음도 돌려놓을 만큼 말이다.   

  

 그의 가곡은 비범함이나 특별함 대신 우리에게 소박한 안정을 선사한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 혼란할수록 감정이 극도록 격해져 있을 때일수록 청자들에게 깊은 안정을 준다. 20살이 되기도 전에 500곡을 작곡한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에게서 나오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올 한 해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텨서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이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힘들다. 버티고 버텼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변두리 음악가는 여러분에게 버티는 것이 일생이었던 작곡가의 소박하면서도 평온한 가곡 한 곡을 권해본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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