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 덕후들이여 열광하라.
영화 블라인드가 돌아온다. 미장센 덕후들이여 열광하라.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대중적인 로맨스 영화였으나 주변인들 그 누구도 모른다는 영화여서 의아했던 '블라인드'의 재개봉 소식을 접하였다. 올해는 재수가 분명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타마르 반 덴 노프라는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약 20년 전에 TV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내 기억으로는 굉장히 늦은 시간에 방영되었던 것 같은데 운이 좋게도 나는 공짜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어찌나 울었던 지 다음날 눈이 붙어서 놀림감이 되었다. 공짜 영화를 보고 그렇게 많이 울었으니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내게 선물이나 다름없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소년 루벤과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 된 마리의 이야기로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어 성격이 괴팍한 아름다운 소년과 외모의 콤플렉스가 있으나 그 외의 모든 것이 매력적인 여성의 사랑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감독이 각본을 직접 썼고 동화 '눈의 여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여성 감독+동화 모티브면 감성 충만 영화라는 건 당연지사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로지 예쁘다는 이유 단 하나다. 스토리도 예쁘고, 음악도 예쁘고, 영상도 예쁘고 모든 것이 예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쁜 것이 넘쳐나는 영화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동화에서나 나오는 외딴 성에 사는 아름다운 미소년이라. 눈이 즐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설원을 바탕으로 한 편의 대서사시를 쓴다. 히어로물 영화음악을 주로 쓰는 정키 XL이라는 영화음악감독의 작품인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이 음악감독에 대해 잘 몰랐다가 영화 블라인드가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음악감독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로맨스 영화에 심장박동 움직이는 걸 주특기로 하는 히어로물 영화음악감독이라니.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울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정키 XL의 주요 작품으로는 매드 맥스, 배트맨 대 슈퍼맨, 데드풀 등이 있다. 이 분이 작곡한 로맨스 영화 음악은 극히 희귀하니 꼭 참고하시길.)
'감성팔이 하는 것들은 싫다.'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만 파는 영화니까 말이다.
이 영화는 '기능은 괜찮아 예쁘면 그만.' '추운 겨울. 감성이라도 따뜻해야지.' 혹은 '오글거리는 로맨스 영화를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