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음 Jan 11. 2021

블라인드

-미장센 덕후들이여 열광하라.

영화 블라인드가 돌아온다. 미장센 덕후들이여 열광하라.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대중적인 로맨스 영화였으나 주변인들 그 누구도 모른다는 영화여서 의아했던 '블라인드'의 재개봉 소식을 접하였다. 올해는 재수가 분명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타마르 반 덴 노프라는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약 20년 전에 TV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내 기억으로는 굉장히 늦은 시간에 방영되었던 것 같은데 운이 좋게도 나는 공짜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어찌나 울었던 지 다음날 눈이 붙어서 놀림감이 되었다. 공짜 영화를 보고 그렇게 많이 울었으니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내게 선물이나 다름없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소년 루벤과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 된 마리의 이야기로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어 성격이 괴팍한 아름다운 소년과 외모의 콤플렉스가 있으나 그 외의 모든 것이 매력적인 여성의 사랑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감독이 각본을 직접 썼고 동화 '눈의 여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여성 감독+동화 모티브면 감성 충만 영화라는 건 당연지사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로지 예쁘다는 이유 단 하나다. 스토리도 예쁘고, 음악도 예쁘고, 영상도 예쁘고 모든 것이 예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쁜 것이 넘쳐나는 영화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동화에서나 나오는 외딴 성에 사는 아름다운 미소년이라. 눈이 즐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설원을 바탕으로 한 편의 대서사시를 쓴다. 히어로물 영화음악을 주로 쓰는 정키 XL이라는 영화음악감독의 작품인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이 음악감독에 대해 잘 몰랐다가 영화 블라인드가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음악감독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로맨스 영화에 심장박동 움직이는 걸 주특기로 하는 히어로물 영화음악감독이라니.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울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정키 XL의 주요 작품으로는 매드 맥스, 배트맨 대 슈퍼맨, 데드풀 등이 있다. 이 분이 작곡한 로맨스 영화 음악은 극히 희귀하니 꼭 참고하시길.)



'감성팔이 하는 것들은 싫다.'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만 파는 영화니까 말이다.


이 영화는 '기능은 괜찮아 예쁘면 그만.' '추운 겨울. 감성이라도 따뜻해야지.' 혹은 '오글거리는 로맨스 영화를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인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