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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Jan 10. 2021

도시인처럼

-뉴욕뉴욕뉴욕.

일종의 실험이었다. 나같이 대중적이지 못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넷플릭스가 흡수할 수 있을까?


한 달간의 실험이 곧 끝난다. 나는 총 30여 편의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들락난락 했고. 미안하지만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 끝까지 본 것보다 더 많다. 내가 선택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인기 순위에 없는 것들이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내 취향에 맞는 영상을 찾느라 꽤 오래 고전해야 했다.


그런데 한 달간의 무료 시청 기간이 끝나고 멤버십을 연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는 이 영상을 발견했다.


<사진출처: new on netflix>


새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도시인처럼."


기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영화보다는 드라마,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가 내 취향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나는 새해 첫 다큐멘터리는 '한번 봐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앉은자리에서 7편을 몰아보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이름도 거룩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사실 미국 영화 산업계의 거목이자 살아있는 전설 미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스코세이지 감독한 영화 중 인상 깊게 본 영화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영화시장에서 팔순이 넘도록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훌륭한 감독이라 서슴없이 말해도 된다고 본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프랜 레보비치는 작가이자 공개 강연자로서 거침없고 위트 넘치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사람 같았다. 내가 여기서 "같았다."라고 표현한 것은 프랜 레보비치라는 사람의 책을 접해본 적도 없고 강연도 본 적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생판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여성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쉴 새 없이 떠드는 그녀의 유쾌하고 직설적인 논평에 단번에 매료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한 여성작가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탐구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등 이야기의 주제도 다양하고 그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비꼬고 풍자하며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그녀의 당당하고 솔직하며 냉혹적일 만큼 직설적인 말들에 감명받았다.


"내가 지금 아는 걸 어렸을 때도 알았더라면 똑같은 실수는 안 했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수는 계속됩니다. 특정 나이에만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실수는 계속하는데 변명거리는 줄어들죠...(중략)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 문제거든요. 그렇다면 그게 뭐든 간에 소질이 없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남들에게 냉혹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더 냉혹하고,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다고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또 흔해빠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 말이다.


나는 몇 년 전에 크리스마스를 뉴욕에서 보냈었다. 지도를 펼치고 뉴욕 곳곳을 누비며 참 재밌었었는데 그녀는 뉴욕에 오는 관관객을 향해 자신의 감상을 이렇게 말한다. 지도를 펼치고 길이나 막는 관광객이 되지 말고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예전에 지인 한분이 자신은 어린이들이 어른의 미래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른의 미래는 더 나이 많은 어른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내가 볼 때 '도시인처럼.'은 뉴욕 토박이 어른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이며 어른들을 위한 일종의 인생 여행서 이기도 하다. 뉴욕을 서울로만 바꿔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가볍게 즐겨보시길.


그나저나 나는 넷플릭스를 어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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