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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Feb 01. 2021

이 시대의 자기 계발서

-무관심의 시대: 우리는 왜 냉정해지기를 강요받는가.

무관심의 시대: 우리는 왜 냉정해지기를 강요받는가 <die überwindung der gleichgültigkeit: sinnfindung in einer zeit des wandels.>


내가 이 서적을 자기 계발서라고 하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도서관 분류로는 심리학 책이자 철학 분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빅터 플랭클린 재단 이사인 알렉산더 버트야니 교수가 '대중'들을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겨울마다 찾아오는 '무기력'이라는 놈 때문이었다.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시작해도 금방 관심을 잃게 하는 이 무서운 놈은 자칫 잘못하면 우울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놈이다.


일조량의 부족 탓인지 겨울만 되면 주기적으로 이놈이 찾아오는 바람에 나도 나름 대처법을 여러 개 대비해놓고 있는 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한 리스트들이 따로 있으니 알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번에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내가 이번에 찾아온 무기력에 대비책으로 '쇼팬 하우어'를 선택한 것이 바로 그 큰 실수이다. 염세주의자로 유명한 쇼팬 하우어의 글을 무기력한 시기에 찾아 읽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쇼팬 하우어처럼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기에 나는 그의 그 오만함에 때때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꺼내 든 쇼팬 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내가 예전에 읽었을 때와 다른 느낌으로 돌아왔다. 그의 철학은 '너 따위가...'라고 정의하면 간단하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인간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그의 글은 장기화된 코로나 블루에서 인간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을 찾는 나에게 쥐약이 되고 말았다.




책 하나 잘못 봤다가 더 심한 무기력에 빠져 버린 나는 극복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도서관을 찾았고, 거기에서 찾은 책이 바로 '무관심의 시대: 우리는 왜 냉정해지기를 강요받는가'이다.


나는 병적으로 자기 계발서라고 명명 지어진 서적들을 피하는 편인데,  이 서적은 자기 계발을 하고 싶은데 자기 계발서는 읽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서 안에도 여러 가지 카테고리가 있겠지만 내가 특히 더 불편해하는 종류의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책들이다.


최근 일명 베스트셀러 단열에 오른 책들 중 상당수가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법에 대해 논하고 있거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논조의 내용이었다. 사람이 자본이 된 시대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게 과연 옳은 길로 가는 것인가 싶어 고민이 됐다. 심지어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가. 나란 사람은 시대를 못 쫓아가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버트야니 교수는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삶의 지혜를 담았다고 하는 베스트셀러들은 우리에게 상황적 삶의 자세를 취하라고 끊임없이 조언한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얻는지.... 중략.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혀 효과가 없으며 심한 경우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고 진심이 담겨 있지 않는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


"상황적 감정에 따른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에 수반되는 고통의 회피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자유롭게 해 주지도 못한다. 도리어 현실을 외면하게 한다."


버트야니 교수는 삶에 대한 책임, 고통에 맞서는 자세, 객관적인 선등 등... 이상적 세상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여러 번 반복하며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고통에 맞서라." " 너는 할 수 있다. "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책인데... 이런 책이야 말로 진정한 자기 계발서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우선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을 알아야 한다. 빅터 프랭클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과 더불어 제3 정신의 학파라고 불리는 로고 세러피(의미 치료)의 창시자다. 버트야니 교수는 이 빅터 프랭클을 그의 사상을 추종하며 연구하는 사람이다.


빅터 프랭클 박사 연구의 가치는 그가 나치 수용소 안에서 실제로 겪은 상황들을 본인에 연구에 투영했다는 것에 있다. 가족을 비롯한 절친한 사람들의 죽음과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문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찾았던 그의 생존 수기가 투영된 연구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거나 방향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생존한 사람의 '삶에 대한 연구'라니,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참 적절한 자기 계발서이다.


의미 치료는 말 그대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인생의 고통에 맞서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으로 '인간의 의지'를 신뢰한다.


버트야니 교수도 초반에 밝혔듯이 이 책을 읽고 일부 사람들은 이상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이 '이상'이 될 정도로 인간은 이미 서로에게 믿음을 잃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나 단숨에 읽기에 버겁고 한 번 읽어서는 충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책을 읽었으면도 나는 과연 몇 퍼센트나 온전히 이해했을까 의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읽은 책 중에 단연 추천하는 이유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희망'이 필요하고 '삶의 의미'가 필요하며 그런 것들이 있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칠 때로 지쳐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처럼 무관심을 '극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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