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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Oct 22. 2020

고양이가 떠난 자리

-Shostakovich<tea for two>

네옹이가 우리 집에 왔다.


네옹이는 Y의 고양이로 입양 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놈이라 낯설지 않다. Y가 어떤 마음으로 네옹이를 입양했고 네옹이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를 주었는지를 알기에 잘 데리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 뿐이다.


 Day 1


네옹이가 운다. 너무 가엽게 울어서 잘 수 가 없다. 우리 집 알렉스는 사람이 안아주는 걸 좋아해서 안고 재웠는데 이놈은 안으면 발버둥 친다. 애묘인이던 애견인이던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의 캐릭터가 재각각이 듯 동물의 성격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다는 걸.


네옹이가 울면서 돌아다니니 이제 자는 건 포기해야한다.


Day 2


나의 루틴이 깨진다. 명상음악과 요가로 시작하는 나의 아침은 네옹이가 메트를 열심히 뜯어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망가진다. 뜯겨진 매트 조각이 우수수 떨어진다. 나의 루틴은 요가에서 청소기 돌리는 것으로 대체한다.


Day 3


학생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 아이가 동물을 매우 싫어하니 가능한 네옹이를 보이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였다. 아이들은 동물을 다 좋아할 거라는...대책없을 만큼 낙관적인 나의 생각없음에 또 한방 먹고,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낸다. 돌아다니는 네옹이를 방에 넣고 문을 닫으려는데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죄책감까지 얻었다.


Day 4


집에 들어오니 거실에 흙이 널려있다. 네옹이가 화단의 흙을 거실로 퍼다 옮긴 것이다. Y의 고양이라는 자각이 없었으면 폭력행사를 했을 것이다. 이성을 놓지 않은 것에 스스로 대견해하며 바닥을 쓸고 있는데 네옹이가 다시 화단으로 들어간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눈치가 없으면 답도 없다.


Day 5


H가 딸 둘을 데리고 놀러왔다. 아이 둘과 고양이는 단연컨데 재난이다. 아이 둘에게 밥을 먹이느라 수저를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그 와중에 네옹이는 불쑥불쑥 나타나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아이들은 네옹이를 찾으며 돌아다닌다.


둥굴게, 둥글게....


아이들도 돌고 나도 돌고 세상도 돈다. 이 일을 매일 하는 엄마들은 슈퍼우먼인가 싶다. H를 마중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 이 모든 걸 '하하' 웃으며 해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평온하고 조용한 나의 보금자리에 고양이 한 마리가 맡겨짐으로 해서 조용한 여러 날이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로 변했다. 베란다 문은 24시간 닫혀있게 되었고 , 청소는 하루 두 번 , 방문을 닫을 땐 하늘을 보게 되었다.


Y와 약속한 한달이 지나고 네옹이가 갔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한 달.


한 달동안 못 열어놨던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라떼를 만들어 여유롭고 평화롭게 소파에 앉았다. 쇼스타코비치의 티포투의 앙증맞은 선율과 함께 네옹이가 걸어온다. 


 이불 속에 쏙 들어와 뒤척이던 모습, 일하고 돌아오면 어디선과 느릿느릿 나타나 슬쩍 아는 척하는 모습, 컴퓨터 앞에 있으면 긴 꼬리로 키보드를 탁탁 치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게 갑자기 영화처럼 내게 다가온다.


언제나 이렇다.  누군가와 어떤 관계를 맺어나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고 귀찮지만 가끔 나를 눈물나게 행복하게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은 엄청나게 편하고 평온하지만 가끔 나를 사무치게 외롭게 한다.


나는 오늘도 '어떤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일까?'하는 의문에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네옹이가 온 첫 날 처럼 잠을 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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