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함부르크, 프라하, 빈(비엔나), 본, 잘츠부르크, 뒤셀도르프, 이제레의 코트 생탕드레, 바이로이트, 아이제나흐, 런던, 바르샤바, 부다페스트, 츠비카우, 할레잘레, 바이마르.
내가 갔던 박물관들을 지도에 표시해 봤다. 독일이 많아 보이겠지만 사실 10곳 가까이가 전부 빈에 쏠려 있다. 이 도시 (또는 크기에 따라 마을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들의 이름을 모두 들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높은 확률로 중증 클래식 애호가일 것이다. 다른 곳들이야 그렇다 쳐도 코트 생탕드레나 츠비카우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다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인구 수 900만명의 런던부터 5천명의 코트 생탕드레까지 다양한 규모의 도시/마을 16곳의 공통점은 단 하나, 유럽권 작곡가의 박물관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작곡가 박물관이 있음에도 드레스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루체른, 부셰토, 루카, 나폴리, 시칠리아는 왜 이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이건 간단하다. 내가 못 갔기 때문이다.
자, '난 작곡가 박물관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거지, 네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다' 라면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좋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시선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될지 모르니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내 삶에 찾아오게 되었는지를 써보겠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나는 클래식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다 아는 클래식 곡에 더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가 보는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던 모차르트나 베토벤 소나타, 쇼팽 에튀드를 조금 더 아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내가 클래식 음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 갇히게 된 뒤였다. '피아니스타' 라는 클래식 음악 리듬게임을 하며 드뷔시의 베르가메스크 모음곡 중 파스피에라든가,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 4번, 생상 죽음의 무도 등에 빠져들고 나니 닥치는 대로 클래식 음악을 주워먹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다음 단계는 (일종의 진화라고 봐도 좋겠다) 마침내 작곡가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베토벤이 커피콩을 60알, 약 8g을 정확히 맞춰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이나, 하이든이 낚시를 즐겼다는 사실, 모차르트는 당구를 기가 막히게 쳤다는 사실, 멘델스존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이었다는 사실 따위를 조사하던 나는 결국 갈 데까지 가고 말았다.
"그 사람들이 살던 흔적을 보고 싶다."
그렇게 나는 유럽에 갔다. 정확하게는 두 번 갔다. 한 번은 여행객으로, 한 번은 교환학생으로.
지금부터 바흐, 멘델스존, 브람스, 스메타나, 드보르작, 하이든,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베토벤, 슈베르트,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베를리오즈, 바그너, 리스트, 헨델, 쇼팽, 그리그까지 18명의 작곡가와 나, 평범한 대학생 한 명의 이야기를 서른 번에 걸쳐 풀어내 보겠다.
*2024년 11월 19일: 원래 작성한 글에는 베토벤이 에스프레소 정량을 맞춰 마셨다고 되어 있는데, 이 말에 대해 지적을 받아 수정한다. 현대 에스프레소 한 잔에 넣는 커피콩이 약 8g인 것과 똑같이 베토벤도 그 정도 양으로 드립 커피를 마셨다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문장을 오해의 소지가 있게 썼기에 수정했다. 에스프레소 자체는 1900년대에 커피머신이 보급된 뒤에야 대중적이 된 음료기 때문에 베토벤이 마셨던 커피가 에스프레소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