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 모든 일을 멈추었다.
쌓여있던 일정들을 모두 미뤄두었다.
이사할 때 느끼듯 나도 모르게 쌓인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첫 주는 장염으로 고생했다.
수액도 맞고 약도 복용하니 조금 나아져 안심했다.
방심한 탓일까, 주말이 지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참을 베개만 부여잡다 회사에 연락을 드렸다.
코로나 검사와 진료 후에 복귀하겠노라고,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도저히 일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수액을 맞고 복귀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일찍 귀가했다.
자리에 눕자 밤낮을 잊은 듯이 꿈을 꾸며 잠을 설쳤다.
아무 생각하지 않기, 충분한 휴식 취하기.
다행히도 가족들의 음식과 안부 덕분에 식사를 챙겼다.
틈틈이 해둔 운동 덕분에 이전에 비해 덜 아픈 것도 같았다.
아직 목과 코가 아프다, 기침이 잦아 생활이 힘들다.
집에만 있으니 좀도 쑤시고 기력이 허해지는 것 같아,
조금씩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해주었다.
이후에 자주 다니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의사 선생님은 초면엔 차갑고 서서히 따뜻한 핫팩 같으시다.
곳곳에 아픈 곳을 찾아 살을 뚫고 침을 꽂아 넣어주셨다.
마스크를 한 모습을 보시곤 무심한 듯 말씀하셨다.
'요새 아픈 사람이 많아요, 저도 아파지는 듯해요'
'아, 그러시군요. 힘드시겠어요' 대화를 끝내려 했다.
'근데 몸이 아픈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거죠'
'오, 정말요?' 힘없이 여쭈었다.
'경고를 하는 거예요, 크게 한 번 아프기 전에'
술과 악습관으로 몸을 마비시켜 몸을 멍청하게 만들다간,
경고를 모르고 큰 병을 앓게 되니 잘 관리하라는 말씀이었다.
함께 내어주신 한약처럼 쓰디쓴 한 마디가 내 안을 관통했다.
카페인이 많은 음식이 운동 전에 좋다.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힘든 것을 잊게 해 주기 때문에,
무거운 쇳덩이를 신나게 들며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최근 너무 많은 카페인을 먹었던 건 아닐까.
몸보다 마음먹은 것들을 챙기려고,
무수한 경고들을 마비시키며 몸을 혹사해 온 건 아닐까.
하루 남짓 연차가 남았다.
언젠가 또 아픈 날이 오고 일정들을 미룰 날이 오겠지만,
내일까지는 아무 걱정 없이 쉬어야겠다.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