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본 싯다르타와의 대화

싯다르타

by 무쌍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런 내게 책과 자연이 좋은 친구가 된다. 친구들은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나를 더 은밀한 곳으로 데려가 영혼의 충만함이 뭔지 일깨워 준다. 어린 시절 밭에서 자란 나는 동화책과 귤밭 야생화가 유일한 놀잇감이었으니, 놀이만큼은 어른이 되어도 포기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사람들 앞에선 불편한 기분을 감추고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되자, 타인을 인식하는 내 태도가 불편해졌다. 그 감정이 어떻게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인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나 홀로 있을 때는 느껴지지 않지만, 누군가 앞에선 수치심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족, 친구 할 것 없이 관계 속에선 늘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신경 쓰였다.


우연히 두 가지의 심리진단검사를 하게 되었다. 하나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 -2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였고, 또 하나는 문장 완성검사(SCT Sentence Completion Test)였다. 다면적 인성검사는 500개가 넘는 질문지였는데, 평소 활자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답을 작성하는 일은 좀 피곤했다. 생소했지만 문장 완성검사가 한결 나았다. 쓰인 문장을 이어서 완성하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 었다.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을" 그리고 다음 문장을 완성하는 식이었다. 상담사가 하라는 대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걸 썼데, 모두 50개의 문장을 다 완성해야 했다.


문장 완성검사는 글쓰기나 퇴고하는 기분과는 달랐다. 어울리는 문장을 떠올리는 것도 아니었고, 오직 진단을 위한 문장 완성이었다. 내가 느끼는 걸 문장 속 주어진 상황이나 대상을 표현하는 식이었다. 막상 다 채우고 나니 내가 회피하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이 글로 쓰여 있었다. 어쩌면 그런 것을 진단하기 위한 것인 듯싶었다. 열흘이 지난 후 나는 결과지를 받았다.


심리진단 결과지 맨 윗줄에 쓰여있는 "성격적으로 평가에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문장을 봤을 때 더는 피할 수 없었다.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거절당하기를 두려워하고, 자신이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며 솔직한 감정이나 의사표현을 자제해왔을 듯...



이렇게 이어지는 긴 문장들이 전신 거울처럼 나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자꾸만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 건 타인의 평가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를 설명해주는 문장 뒤에 숨어 있던 수치심은 부정적인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감정을 숨겨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을 때 웃는 가면을 쓰는 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에 장애가 되었다.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고 드는 건 아닌지, 때론 내가 한 말로 그들의 기분이 나쁜지 확인해야 했다. 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해야 했지만, 꼭 겪고 나서야 알았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을 가진 것은, 더 깊은 곳에 '수치심'이 문제였다. 린 시절부터 긴 시간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지만 달라지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이 경험에서 얻은 이런 말들은 내겐 명언처럼 새겨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무쌍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37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0화글쓰기, 바다에서 만난 헤밍웨이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