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기에는 한적한 수변공원이 좋았다. 유모차를 끌고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수변공원으로 내려오니 야생초들이 많았다. 화단 꽃처럼 가꾸지 않아도 해마다색종이를 조각조각 잘라놓은 듯 색색의 작은 야생화들이 주인공처럼 핀다.
그중에 몸집이 크고 줄기가 나무처럼 갈색으로 단단해진 오래된 미국쑥부쟁이가 있었다. 처음 봤을땐 나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고 뽀족한 하얀 꽃잎안에 꽃술이 털처럼 나있었다. 손톱만 한 꽃은 줄기를 따라 촘촘히 달렸고, 늦여름부터 피어서 겨울까지 볼 수 있었다. 중랑천에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면, 새 하얀 구름처럼 보송보송 피어난 미국쑥부쟁이가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주었다.
미국쑥부쟁이 꽃 (중랑천)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한여름 피로를 풀 듯 시원한 물가를 따라 걷는 중랑천 산책은 온몸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분이다. 코스모스와 벌개미취 사이로 미국쑥부쟁이를 보러 갈 때면 다른 곤충 친구들도 따라왔다. 유난히 나비들이 많았는데, 아이는 꽃보다 하얀 나비가 팔랑거리는 모습을 더 유심히 관찰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는 미국쑥부쟁이 꽃을 '나비꽃'이라고 불렀다.
'나비꽃'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쯤 없어졌다. 구청에서 수변공원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더니, 그 자리엔 물 분수가 들어왔다. 물을 뿌리는 장치 주변엔 회양목이 심어졌다. 아이는 '나비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물 분수가 더 멋져진 걸 알아보았다.
미국쑥부쟁이 꽃받침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미국쑥부쟁이는 우리 토종식물은 아니다. 1970년대 처음 발견되었다는데, 타고난 생명력으로 전국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땅의 들꽃이 되었다. 하지만 생태계 교란식물 중 하나로 지정돼, 제거되어야 하는 슬픈 꽃이다. 토지 개발이 흔한 우리 땅에서 토종식물들도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우리 생태계를 훼손하는 건 외래종 식물도 있겠지만, 우리들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기회를 엿보고 언제나 피어 난다. 여전히 중랑천엔 별꽃과 봄까치꽃 같은 야생화는 눈을 녹이며, 양지바른 들판을 봄으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