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엔 이불이 있어서 다행이다

로제트식물(겨울나기)

by 무쌍

겨울면 이불속을 뿌리치기 참 어렵다. 게다가 나는 꽃이 없는 겨울이 지루하기만 하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식물들도 죽은 듯 겨울을 나고 있다. 특히 로제트 식물은 가을에 태어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겨울을 난다. 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야생초들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냐고 하겠지만,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처럼 더운 여름보다 겨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로제트 식물 (냉이)@songyiflower인스타그램

로제트(rosette)란 장미꽃 모양을 뜻하는데, 뿌리잎이 땅 위에 딱 붙어서 둥글게 퍼진 모양을 로제트라고 한다. 봄나물로 먹는 냉이가 로제트 잎을 하고 있다. 냉이는 촘촘하게 잎이 누운 채 겨울을 나는데 뿌리는 단단하고 크지만 잎은 지면에 납작하게 붙어서 꽃처럼 피어 있다.

내가 보기엔 로제트 잎은 이불처럼 자기 몸 기에 맞게 덮어주는 것 같다. 뿌리를 보호하고 태양 빛을 가장 많이 쐴 수 있게 잎을 펼쳐 만든 이불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초록잎이 여전히 푸릇푸릇한 것을 보면, 이불을 끌어 앉고 꼼지락 대는 아이 같다. 지루하지만 이불을 덮고 시간을 즐기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불만큼 내편인 것도 없다.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억울하던 시절 이불을 덮고 울면 누군가 품에 안긴 듯 느껴졌다.

잠투정이 심한 아이들도 이불을 덮어주면 포근한 기분을 느끼며 편안하게 잠든다. 이불 하나면 로제트 식물들도 별일 없이 겨울나기를 한다. 이불 밖은 춥고 매섭지만 이불 안은 참 포근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여전히 겨울은 계속되고 있지만 내 곁엔 이불이 있어서 다행이다.

달맞이꽃 로제트잎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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