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만첩 풀또기 꽃

by 무쌍

살고 있는 아파트를 둘러싼 작은 산책로는 내가 좋아하는 고즈넉한 숲이 있다. 이사하고 첫 번째 봄을 맞은 숲은 겨울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졌다.

흰색 벽 관리사무소를 감싸고 있는 귀여운 꽃나무를 발견했다. 매화꽃처럼 생긴 것 같은데 동그란 구슬 같은 봉오리가 피면 여러 겹의 풍성한 꽃으로 바뀌었다. 무슨 꽃나무인지 몰랐던 나는 홍매화 사진과 비슷해 매화꽃인 줄만 알았다.

길게 뻗은 가지는 연둣빛 줄무늬 이파리에 분홍꽃 구슬을 단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다가가면 얼른 한아름 품에 안아 줄 것 만 같았다. 봄비가 흠뻑 내리는 날이면 젖은 꽃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이, 그 무렵 엄마를 찾아 우는 아이처럼 보였다.

만첩 풀또기 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내가 정확하게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나무는 사라졌다. 무슨 이유인지 다음 해 같은 자리에는 무궁화가 심어졌다. 멀쩡한 나무를 뽑아버려 속이 상하긴 했지만 새로 심은 무궁화 꽃도 예뻤다. 그리고 다신 볼 수 없는 풍경이 사진으로 남았다. 얼마 후 동네 산책을 하다 같은 나무지만 더 가꾸어진 만첩 풀또기를 찾았다. 우리 집에선 볼 수 없지만, 분홍색 만첩 풀또기 꽃은 여전히 볼 수 있었다.


동네에서 찍은 사진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꽃을 잘 모르던 시절엔 보는 것이 다였다. 화사하게 핀 꽃만 눈에 들어왔다. 돌봐줘야 하는 화분보다 예쁘게 꽃꽂이된 꽃바구니가 좋았다.


"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이 사진 속에 풀또기(만첩 풀또기) 꽃의 꽃말이다. 이 꽃나무를 알아보게 되듯, 나는 꽃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꽃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꽃집을 지나면 늘 꽃다발이 사고 싶었는데, 이제는 화분이나 화단에서 사는 식물이 더 좋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든 피는 야생화만 눈에 보인다. 고 싶은 것만 보는 편향적인 행동은 그대로인데, 보는 것이 달라지니 나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같이 사는 식물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