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내린 눈 때문인지 봄 야생화들이 잔뜩 움츠려 있다. 마음에 드는 꽃 사진을 찍지 못하고 별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 왔다. 잠시 엄마가 없는 사이에 아이가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현관 까지 나온 아이는 아우성을 쳤다. 그런데 듣고 보니 거실 화분에 꽃이 피었다고 반가워하는 소리였다.
우리 집 거실 공기를 청소해주는 스파티필름에 꽃이 피었다. 큰 아이가 태어난 날 남편이 선물로 화분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 줄곧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 몇 년 전에 포기가 많아져서 분갈이를 했다. 그중에 뿌리가 썩어서 아픈 건 잘라내 수경재배를 했더니 별 탈 없이 살아났다. 주방 한편 유리병에 담긴 모습은 시원한 야자수 그늘을 연상케 한다.
나머지 건강한 스파티필름은 새 흙으로 분갈이를 해주었다. 잎은 점점 커지더니 넓어지고 꽃도 많이 피었다. 큰아이도 훌쩍 자라 키가 내 어깨를 넘었다. 새하얀 꽃은 한번 피면 오래도록 볼 수 있다. 꽃을 감싸는 하얀 겉잎이 펴지면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꽃술이 나온다. 꽃 모양이 특이해서 아이들은 꼭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서 꽃술이 완전히 보이면 꽃가루가 떨어지기 전에 바로 잘라준다. 그럼 하얗게 피었던 겉 꽃잎은 점점 녹색으로 바뀌고 시들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완전히 시들면 꽃대를 잘라주었다.
그런데 꽃이 핀 스파티필름은 다른 것이었다. 수경재배를 한 것 중에 신통치 않아서 다시 흙에 심은 작은 포기였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더니 얼마 전부터 잎이 넓어지며 많이 건강해졌다. 그러더니 첫 꽃을 피웠다.
화분에 한 포기로 왔던 스파티필름은 어느새 수경재배 2개와 화분에 2개로 많아졌다. 마치 우리 식구수에 맞춘 듯 4개가 되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욕실로 가져가 샤워기로 듬뿍 잎과 흙에 물을 뿌려준다. 그리고 나면 거실에 공기가 훨씬 촉촉해진다. 동향인 집 거실은 스파티필름을 키우기 딱 좋은 것 같다. 그늘이 많고 적당히 빛을 쬐니 해마다 꽃이 피었다.
우리 집 초록 공기청정기인 스파티필름은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
거실의 공기도 신선하게 바꿔주고, 언제나 진한 초록잎은 시원하게 눈에 피로를 풀어준다.물 줄 때가 됐는지 세심하게 살펴줘야 하는 마음도 배우게 했다.
혼자 봄구경 갔다 허탕치고 온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이들의 마음도 들여봐 달라고 꽃이 말을 거는 듯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위로도 받았다. 봄 야생화 사진을 못 찍고 온 대신에 꽃 사진 찍을 기회도 주었다. 공기정화기능 말고도 불평하는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마음 정화 기능도 있었다.
식물도 오랫동안 키우다 보면 주인이 마음을 알아채는 듯하다. 식물처럼 채근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이란 것도 알려주었다. 한송이 꽃이 피고 나니 우리 가족의 즐거운 웃음꽃이 하나 더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