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키운다

민들레

by 무쌍

이맘때 길는 민들레 꽃밭다. 도시의 콘크리트 틈이나 사람들 손이 가지 않는 공터에는 어김없이 민들레가 산다.

가늘고 길쭉한 꽃잎이 층이 둘러진 모양은 아무래도 미워할 수 없다. 장난기 많은 아이가 머리카락을 다듬고 어색해하며 까르르 웃는 것처럼 보여 자꾸 눈이 간다.


민들레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친근한 야생화다. 특히 토종 민들레는 납작하고 꽃대가 짧은데, 외국에서 들어온 종은 꽃대가 길어 코스모스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까딱까딱거린다. 보기 드물게 흰 민들레를 만날 때도 있지만 샛 란 민들레꽃은 귀여운 아처럼 어디서든 반갑기만 하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는 민들레 @songyiflower인스그램

을 피울 때는 납작 누워있더니 어느새 동그란 털로 변신한 민들레꽃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꽃이 었던 줄기는 어느새 전보다 서너 배는 더 길어져 있다. 밖으로 나갈 생각에 들뜬 아이처럼 목을 길게 빼서 달려 나갈 듯이 출발 준비를 한다. 갓털이 홀씨를 하나씩 챙기고 세상 여행 갈 채비를 마친 것이다.

풀을 만질 기회가 드문 도시에 아이들은 민들레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바로 공처럼 둥근 갓털 뭉치 때문이다. 길가에 민들레가 씨앗을 날릴 때가 되니 여기저기서 같이 놀자며 아이들을 불러낸다. 아이들이 찾은 작은 공은 짝꿍을 찾은 듯 순식간에 세상 밖으로 겨나간다.

작은 아이들에게 맞춰진 듯 동그란 털 뭉치는 이들이 잘도 찾아낸다. 아이는 민들레 갓털을 불며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어떤 엄마는 그런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으로 담는다. 또 어떤 엄마는 주변을 살피더니 마스크를 잠깐 내려 아이와 같이 불면서 까르르 웃기도 한다. 또 어떤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무심하게 불며 엄마 뒤를 따라간다.


민들레의 동그란 갓털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눈부신 하얀색의 보드라운 털로 탐스럽게 바뀐 민들레 씨앗을 그냥 지나치긴 쉽지 않다. 한동안 앗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담아 보려고 아침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무리 지어 핀 갓털을 발견하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어쩔 줄 몰라하며 떠나지 못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훅하고 아이들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소동을 피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사진을 찍다가 아이들 구경을 한껏 하고 얼굴에 뭍은 갓털을 털내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갓털을 부는 모습도 아이들 얼굴처럼 재각각이다. 꽃을 꺾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는 고개 숙인 채 입바람을 분다. 그리고 다른 아이 갓털이 떨어질까 봐 조심히 꺾어 들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마치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듯 진지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후'소리를 내며 바람을 분다. 촛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불 듯, 갓털이 하나도 남지 않게 몇 번이고 분다. 꽃을 찍는 엄마를 따라나선 내 아이는 선채로 한 바퀴를 돌며 갓털을 날려 보냈다. 어느 한쪽 만이 아닌 온 세상에 골고루 펴져나가야 한다며 자신감이 대단하다.

도시의 아이들이 키운 민들레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멀리멀리 여행을 떠났다. 이들이 불어댄 민들레 촛불은 음 봄에도 또 기회를 줄 것이다.

민들레 씨앗를 날리려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피며 마스크를 내려 부는 상황에도 잘 버티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키운 민들레는 오만함도 편견도 없는 동심의 밝은 세상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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